유엔 “북한, 최근 식량배급 300g으로 줄여…권장량 절반”

지난 20일 북한 평양-원산 고속도로가 지나는 상원군에서 주민들이 소를 끌고 밭일을 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식량 배급량을 큰 폭으로 줄였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올해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 수확량은 이미 30%가량 줄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식량 배급을 주민 한 명 당 하루 300g으로 줄였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는 24일 공개한 ‘7월 18일~24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도주의 상황’ 자료에서 북한 당국이 최근 식량 배급을 400g에서 300g로 줄였으며, 이는 북한 당국이 목표로 하는 573g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하루 300g 배급량은 유엔의 1인당 최소 권장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규모입니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6월 주민 한 명 당 하루 400g의 식량을 배급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뭄 등의 영향으로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감소해 7월 들어 식량 배급을 300g으로 25%가량 줄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에도 주민 한 명 당 하루 300g의 식량을 배급했었습니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 390g, 2014년 7월 400g을 배급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양입니다.

북한 당국은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2015년 7월 한 달 동안, 초기에는 310g을 배급했다가 중순에는250g으로 줄인 바 있습니다.

유엔은 북한 당국이 발표한 자료와 식량농업기구 인공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이모작 수확량이 가뭄의 영향으로 30%가량 감소했다며, 이는 전체 곡물 수확량의10%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달 초 비가 좀 내렸지만 가뭄으로 이미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작은 피해도 취약계층의 식량 확보 (food security)와 영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도 앞서 지난 20일 발표한 ‘북한 식량농업 세계정보 조기경보 체계 보고서’에서 이모작 작물이 전체 곡물 수확량의 10%에 불과하지만 5월부터 가을 추수 전 춘궁기 동안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라며, 주민들이 식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식량 배급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식량 공급 사정은 아무리 계산해봐도 좋은 게 없습니다. 이모작 작황도 나빠졌고, 중국에서 유입되는 곡물 수입도 예전에 비해 원활하지 않죠. 유엔 제재 국면도 피해 나갈 수 없고요. 중국에서는 더 단속을 심하게 할텐데. 가을 수확할 때까지 식량 사정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권 원장은 또 가뭄의 영향으로 올 가을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 작황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VOA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