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심화되는 미국과 중·러 견해차, 북 핵 공조 차질 가능성

  • 윤국한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크렘림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북 핵 문제에 대한 공조를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북 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이번 주만 해도 두 나라는 모스크바에서 고위급 회동을 갖고 유엔 안보리에서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 베이징에서는 두 나라 공군이 지난 11일부터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가 한-일 해상에서 북한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을 시작한 같은 날 합동훈련에 나선 겁니다. 중요한 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난 5년 간 중-러 정상회담이 무려 30차례 가까이 열렸다는 사실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두 나라가 북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수록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과 러시아가 북 핵 해결 방안으로 이른바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는 건 잘 알려진 일인데요. 최근 들어 이런 주장을 더욱 강하게 내세우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행자) 마침 어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말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고,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여기서도 미국과 다시 한 번 각을 세웠지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 의회가 우리를 북한과 이란과 같은 급으로 취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우리와 협력해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며 “당신들 제 정신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요구를 일축한 겁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요?

기자) 두 정상은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4대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제외하면 북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치하는 부분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이처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를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나라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적대시 정책이 북 핵 문제의 발단이라는 주장인데요, 북한과 동일한 논리입니다. 따라서 북 핵은 미-북 양측이 해결해야 할 양자 간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는 북 핵 외에 다른 많은 현안들을 놓고도 미국과 맞서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미국 등 서방국들의 제재를 받고 있고, 이란과 시리아 등 대부분 국제 현안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중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도 러시아와 같은 입장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국제 문제보다는 주로 무역과 타이완 등 양자 간 현안에서 갈등이 큽니다.

진행자) 중국의 경우에는 동북아에서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도 갈등 관계에 작용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에 대한 강한 반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유지, 강화할 목적에서 사드를 배치하고 미-한-일 공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강해진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세력균형을 꾀하는 형국입니다.

진행자)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성명을 보면, 러시아가 훨씬 강하게 미국을 비난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중국의 대미 입장이 대체로 우회적인 반대와 비판인 반면, 러시아는 매우 노골적입니다. 가령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비난하면서, “김정은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도록 미국이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북 핵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가 더욱 어렵지 않을까요?

기자)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까운 예로, 두 나라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지난달 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국 등이 요구하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 두 나라가 기존의 제재 이행마저 엄격하게 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