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북 핵·미사일 대응책 담은 트럼프 행정부 새 국가안보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로널드레이건빌딩에서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비롯해 최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로 급부상 중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책을 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18일 발표됐습니다. 어떤 전략이 소개됐고,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에도 국가안보전략이 나왔었는데요. 그 때와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기자) 우선 분량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총 35페이지로 구성된 데 비해 이번 전략은 68페이지에 담겼습니다. 내용만해도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죠. 또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자연스럽게 전략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그만큼 ‘미국 우선주의’가 부각됐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전체 분량이 늘어난 만큼 북한에 대한 내용도 많아졌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안보전략에는 북한과 한반도가 총 15번 언급됐는데요. 이는 지난 2015년의 5번보다 10번 더 많이 등장한 겁니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내용도 훨씬 실질적입니다. 오바마 시절 북한을 언급한 5번의 문구는 ‘북한이 긴장을 높이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는 북한의 무기 개발과 확산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렇게 전반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실제 북한의 위협에 어떤 대응전략을 갖고 있는 지를 분명히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지금처럼 높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기자) 꼭 그렇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지난해부터 북한이 핵 실험을 3번 감행하고, 수십 여발의 탄도미사일을 공해상에 쏘면서 긴장이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2015년 전후 미-북 관계 역시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까지 핵 실험은 이미 3번이 있었고요. 당시 미국인으로는 북한 억류 최장기를 기록한 케네스 배 씨가 국가안보전략이 나오기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북한 수용소에 붙들려 있었죠. 또 미국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공개적으로 지목된 것도 3개월 전 일이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2012년 ‘2.29’ 합의를 맺었지만 북한이 곧바로 파기를 선언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줄곧 악화돼 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당시와 이번, 북한에 대한 전략은 어떻습니까?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이번 새 국가안보전략 문서가 북한을 특정한 페이지를 만들진 않았는데요. 대신 ‘미국인과 본토, 미국인의 삶을 보호하자’를 제목으로 한 1장과 ‘미국의 번영을 촉진하자’는 2장, ‘힘을 통한 평화 유지’의 3장에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분석을 해 보면 북한에 대한 전략도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미군의 대응태세’, ‘동맹과 협력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진행자) 우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와 같은 무기 체계를 설명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미국이 체감하는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이 결코 적지 않다는 인식이 잘 반영돼 있습니다. 최근 전반적으로 미사일의 개수와 종류, 효력이 증가하고 또 범위까지 넓어지면서 북한도 미사일을 미국에 핵 공격을 가할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의 대응은 다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사드와 SM-3, X-밴드 레이더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아울러 미사일 방어 전략에는 미사일이 발사되기 이전에 무력화시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국가안보전략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미 미사일 방어에 추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추가로 40억 달러를 북한 위협 등에 맞선 긴급 미사일 파괴와 방어 강화 지원금으로 요청했었습니다. 이 예산은 의회를 이미 통과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또 군사력을 늘리고, 동맹과 관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 부각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개발에 몰두하는 나라들 때문입니다. 이들의 위협을 무시하면 그 위협은 악화되고 방어할 수 있는 선택지도 좁아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미군이 적을 압도할 수 있는 현대화된 무기 시스템을 갖추고, 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고요. 또 새로운 작전 개념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도 전략으로 소개됐습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동맹, 협력국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새 전략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총 두 군데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언급됐습니다. 북한이 자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상황에서 수억 달러를 핵과 생화학 무기에 투자한다고 지적했고요. 또 북한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자비한 독재국가로 통치되고 있는 나라로 묘사했습니다.

진행자) 여러 언론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본격적으로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전반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소개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안보와 영향력, 이익에 도전하고 있고, 이를 통해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신들의 경제를 덜 자유롭고 또 불공정하게 운영하면서 군대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밖에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표현이나,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로 묘사한 점 등이 흥미롭습니다.

진행자) 국가안보전략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어느 정도 묻어나는 군요.

기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 불공정 문제나 동맹들의 공정한 군사비 지출 등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주장했던 내용들이 확인됐습니다. 오바마 때는 ‘기후변화’ 문제가 특히 강조됐습니다. 2015년 국가안보전략에서 총19번을 언급합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함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하는 획기적인 협약을 맺었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