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객선 만경봉 호가 한 달 가까이 운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다는 물론 하늘에서도 북한의 움직임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만경봉 호가 마지막 운항 기록을 남긴 건 지난달 25일입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확인한 결과, 당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을 출발해 북한 동해 방향으로 운항하던 만경봉 호는 이후 21일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매주 목요일마다 러시아 바다에서 포착돼 왔던 점을 고려하면 5주 연속 운항을 중단한 겁니다.
만경봉 호가 장기간 운항을 하지 않은 건 지난 5월 운항을 시작한 이래 벌써 두 번째입니다. 지난 8월 말엔 부두 사용료 미납 문제로 한 달 간 운항을 멈춘 바 있습니다.
‘VOA’는 만경봉 호가 지난달 마지막으로 포착됐던 시점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안전문제로 정선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박을 관리·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 웹사이트에 따르면 만경봉 호는 항해안전 부문에서 10건, 화재 안전 6건, 생명 구호 2건 등을 지적 받았습니다. 이중 항해안전 부문에서 발생한 4건의 결함과 화재안전과 생명구호, 보수장비, 운항 서류 부문에서 각각 1건씩 등 모두 8건의 결함이 정선조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이틀 뒤 정선조치가 해제되긴 했지만 항만국통제위원회는 만경봉 호를 ‘고위험’ 선박으로 분류한 상태입니다.
만경봉 호의 운항 중단에 대한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러 교류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만경봉 호가 운항 반 년 만에 정기노선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만경봉 호 외에도 북한 선박들의 움직임이 최근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관측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던 선박들이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대거 운항을 중단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항만국통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1월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해외 항구에서 무작위로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모두 21척 입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검사를 받은 59척의 3분의 1 수준으로, 운항 중인 북한 선박 수가 대폭 줄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19일 미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 북한 선박 10척을 제재 명단에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추가로 10척의 북한 관련 선박이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이들 선박들은 파나마 선적의 글로리호프 1호와 카이시앙 호, 빌리언스 18호와 북한 선적의 을지봉 6호, 릉라 2호, 례성강 1호, 삼정 2호 등입니다.
이중 을지봉 6호와 릉라 2호는 올해 초까지 주요 석탄 항구 등을 드나드는 모습이 관측됐었고, 유조선인 례성강 1호와 삼정 2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구 일대에서 자주 포착됐었습니다.
특히 례성강 1호는 지난 10월19일 공해상에서 선박간 환적을 하는 모습이 미 재무부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9월 채택한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의 선박간 환적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하늘길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FR24)’에 따르면 북한의 유일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의 블라디보스톡 노선은 이달 8일, 11일, 15일, 18일 연속으로 결항됐습니다.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노선을 열흘 동안 단 한 차례도 소화하지 못한 겁니다.
앞서 소개된 만경봉 호가 블라디보스톡을 왕복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잇는 공식 경로가 2주 넘게 하늘과 바다에서 모두 막힌 셈입니다.
블라디보스톡 항공편이 결함됨에 따라 고려항공은 지난 한 주간 단 4일만 항공기를 띄웠습니다.
현재 고려항공은 베이징 노선을 주 3회로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셴양으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총 2회 운항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