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북한을 둘러싼 정치와 군사, 외교적 안보환경은 긴장과 위기 속에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6차 핵실험으로 위협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고, 미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국제사회에 완전히 다른 대북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VOA’는 2017년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움직임을 여섯 차례로 나눠 되돌아 보는 연말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미친 영향과 이에 따른 파장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10월 북한의 대 중국 수출액은 8천500만 달러로 지난 2010년 5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북한의 공식 수출 규모가 7년 전으로 돌아간 겁니다.
월간을 기준으로 지난 7년간 북한의 중국 수출액이 1억 달러 이하로 떨어진 건 단 2번뿐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약 2억3천만 달러를 기록해 올해보다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올 한 해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 2397호를 통해 북한의 5대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의류 등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10월의 낮은 대중 수출 실적은 이에 따른 결과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동시에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 수입이 대북제재로 인해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제재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은 바다와 하늘에서도 관측됩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웹사이트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살펴본 결과 공해상 등에서 포착되는 북한 선박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박을 관리·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 역시 올 하반기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을 90척으로 집계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8척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해외 항구에서 검사를 받는 선박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는 건 그만큼 북한 영해를 벗어난 선박 규모가 축소됐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석탄 운반에 동원됐던 북한 선박들이 대거 운항을 중단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북한 선박들이 자주 정박하던 중국 내 대표 석탄 취급 항구들에는 올해 초부터 북한 깃발을 단 선박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유일한 국적기인 고려항공 역시 같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고려항공은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 5개 도시를 비롯해 러시아와 태국,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을 취항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나라들이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이유로 고려항공의 입항을 막으면서, 현재 고려항공은 중국 2곳, 러시아 1곳만을 정기노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운영됐던 중국 관광객용 전세기마저 사실상 뜨지 않으면서 고려항공은 한가한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거세지면서 북한의 고립이 점차 현실화되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된 데에는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동참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도움을 구할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실제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협조를 얻으면서 제재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백악관 고위관리는 지난 10월 익명을 전제로 한 전화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고, 미국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중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말했습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진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보좌관] “China is definitely doing more, but obviously it’s not enough until we achieve…”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분명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나라들이 잇달아 북한과 관련한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은 점은 북한의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조짐으로 읽히기에 충분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하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올해에만 20개가 넘는 나라들이 북한과의 관계 단절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Just this year, as North Korea’s behavior has become more intolerable, over 20 countries from every corner of the globe have restricted or ended their diplomatic relations...”
그러면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한 나라들과 북한과의 무역 관계를 끊은 나라들을 하나하나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공개적으로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쫓아낸 나라는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이탈리아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결의 2321호는 각국이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일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이들 나라들은 안보리의 권고를 넘어 대사까지 추방한 겁니다.
이런 가운데 페루와 이탈리아, 독일, 불가리아, 남아프리카도 결의 2321호에 따라 북한 외교관을 감축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확인했습니다.
필리핀과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수단, 태국, 브루키나파소 등은 북한과의 교역을 끊거나 대폭 축소한 나라들입니다.
지난해 이들 나라들과 북한의 교역 액은 약 1억2천만 달러. 당장 1년에 1억 달러가 넘는 무역 규모가 대북제재로 인해 끊기게 된 겁니다.
특히 태국과 필리핀, 타이완, 싱가포르가 모두 북한의 10대 교역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졸지에 10대 교역국 중 절반에 가까운 나라들을 잃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규탄 목소리 또한 그 어느 해보다도 높았던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고, 그가 자신과 자기 정권을 위해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당시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선 역대 어느 해보다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자는 각국 정상들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밝혀왔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나라부터, 북한과 외교관계가 전혀 없는 나라, 심지어 북한의 우방국까지 북한을 성토했습니다.
이후 군축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도 전체 발언의 3분의 1 가량이 북한 문제에 집중될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관측됐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접수된 각국의 이행보고서는 역대 최다인 170건이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외교적으로도 고립이 심화되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캠페인’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성윤 터프츠대학 교수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현재 미국 정부가 노력을 많이 기울이면서 국제사회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
실제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멕시코와 페루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촉구했는데, 이후 멕시코와 페루는 북한 대사 추방을 발표했습니다. 또 다른 대사 추방국인 쿠웨이트 국왕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었습니다.
이와 함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태국과 미얀마 등을 돌며 대북 압박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는 등 미 당국자들이 다른 나라 정부 인사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자주 관측돼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