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과 중국 선박의 유류 밀거래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일부의 의혹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과 중국 선박의 유류 밀거래란 게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홈페이지에 북한 선박이 한반도 서해에서 다른 선박과 뭔가를 서로 옮겨 싣는 위성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이 사진이 `북-중 간 유류 밀거래’ 장면을 담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유류 밀거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북한 선박과 중국 등 제3국 선박이 해상에서 접촉해 물건을 주고 받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선박 간 이송’에 해당하는데요, 지난 9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결의 2375호에 따라 금지된 사항입니다.
진행자) 밀거래가 공식 확인됐나요?
기자) 한국 정부가 사실상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들의 관련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정제 유류의 선박 대 선박 이송 등을 꽤 많이 보고 있다”며 “그런 선박을 소유한 회사들은 가장 심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북-중 간 밀무역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온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유류 밀거래는 하나의 예에 불과할 수 있을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현재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북한의 대외교역을 금지, 또는 크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북한은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수산물과 광물 등이 중국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밀무역이 방치된다면 안보리에서 아무리 강력한 제재 결의를 채택하더라도 소용없는 일 아닌가요?
기자) 잘 아시다시피 중국은 북한의 대외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이 말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전적으로 중국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마당에 북-중 간 밀무역이 제대로 단속되지 않으면 안보리 제재는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안보리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문제는 밀무역이 중국 중앙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 또는 국경을 넘나드는 보따리 장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세 수입 등을 이유로 소규모 밀무역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진행자) 북-중 간 밀무역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정확한 통계가 알려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밀무역이 공식 무역 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 만큼 규모가 크다는 건데요, 총 길이 1천 킬로미터가 넘는 북-중 국경지대를 따라 소규모 상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 거래에 종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이런 밀무역을 단속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중국 당국이 밀무역 단속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단속 의지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또 단속이 강화돼 밀무역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대부분 확인된 내용이 아니고요, 특히 단속이 아무리 강력해도 수익이 생기는 일을 철저히 봉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진행자) 결국, 북-중 밀무역이 계속된다면 북한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밀무역의 규모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밀무역이 공식 무역의 2배란 추정도 없지 않지만, 반대로 공식 무역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밀무역을 통한 물자 반출입은 그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제재가 북한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