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위협을 막는 대북 전략에 집중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탈북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면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거듭 부각시키고 있는데요. 미 행정부가 북한인권 실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공론화시켜 왔는지 안소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In 1996, Sung-Ho was a starving boy in North Korea, one day he tried to steal coal,”
취임 후 첫 새해 국정연설에서 탈북자 지성호씨를 직접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
사흘 뒤에는 탈북자 8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5년과 2008년 탈북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면담한 지 12년 만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에 서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4월 워싱턴 디씨에서 인권운동가들과 단체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개최했던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수잔 숄티 북한 자유연합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를 만난 첫 미국 대통령으로, 북한 주민에게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수잔 솔티] “President Bush is actually the first president who met with North Korean defector, Kang CHul Whan, and he has a special love and concern about the people in North Korea.
특히 부시 대통령이 2005년 탈북자 강철환 씨를 만난 건 억압 받는 북한 주민의 실상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데 충분했고, 북한 인권 유린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2005년 8월 첫 북한인권특사가 임명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또 2008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탈북자 조진혜 씨를 만났습니다.
조 씨는 이 자리에서 중국의 탈북자 송환 문제를 제기했고,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강제 북송 된 북한인이 공개처형 되는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이 탈북자 처리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2009년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북한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임시직이었던 북한인권특사 자리를 북한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대사급으로 승급시켜 로버트 킹 전 하원 외교위원장 비서실장을 임명했습니다. 국무부 정책에 북한인권 문제 비중을 높인 겁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 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킹 특사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 등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를 주기적으로 제기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취:그레그 스칼류튜]“In Obama administration, I recall the very strong statements made by the UN Ambassador and other senior officials including the special envoy to North Korea, Robert King, they all follow the issues very closely.”
킹 특사는 2011년 5월 북한 식량 사정을 조사하기 위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이 때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2013년 12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사건은 북한 인권 문제에 분수령이 됐습니다.
2014년 2월 존 케리 국무 장관은 북한을 ‘사악한 곳’으로 규정했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북 협상에서 핵 문제와 별도로 인권 문제가 제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던 시기입니다.
2014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는 이 같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를 고발하는 데 큰 무게를 뒀습니다.
당시 유엔 총회와 별도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장관급 회의가 열렸습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주도한 이 회의에는 탈북자 신동혁 씨가 참석해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총회에서는 특히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방안이 권고됐습니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을 정조준 한 조치로,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수잔 솔티 대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 유린 가해자가 지목된 것은 북한 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수잔 솔티] “In Obama administration, they started to naming the specific names of regime, and it was very very critical to the regime.”
북한이 15년 만에 유엔 총회에 외무상을 파견해 본격 대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권 들어 거의 1년 동안은 대북 전략의 초점이 핵.미사일 위협에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한인권 실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트럼프 대통령]“An estimated 100,000 North Koreans suffer in gulags, toiling in forced labor, and enduring torture, starvation, rape, and murder on a constant basis.
한국 국회 연설에서 노동수용소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고문과 기아, 공개 처형을 당하는 북한 주민들을 언급한 겁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평창 동계올림픽에 초청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또 탈북자들과 면담 일정을 잡고 북한의 인권 유린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한적 타격 등 군사행동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시켰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약한 고리인 인권 문제를 새롭게 공략하며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VOA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