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문 대통령 방북시 비핵화 논의돼야...실현 가능성은 적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9일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방북은 비핵화 논의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비핵화를 미국과의 협상 의제로 여기는 북한의 태도가 걸림돌이라며, 현재로선 미-북 대화 전망도 밝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핵 문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강조되지 않는 대화에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12일 ‘VOA’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조건으로 언급한 “올바른 여건”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화 자체에 반대해선 안 되지만 비핵화를 강조하지 않는 것은 북한에 대한 양보로 비쳐져 북한의 추가 도발만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am sure that he will discuss it but he won’t get anywhere, because the North Korea refuses to discuss that with South Korea.”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의 비핵화 논의를 거부해 온 만큼, 문 대통령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미국과 논의할 사안으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만드는 게 문 대통령의 방북 목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 전과 후, 그리고 회담이 열리는 동안 비핵화라는 목표를 계속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개성공단 재개 등 에는 반대하겠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은 제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문 대통령의 적절한 방북 시기와 관련해,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준수하고 미-북 간의 협상 혹은 대화가 시작됐을 때 방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minimum condition is Kim Jong Un continues to observe informal moratorium on nuclear and missile testing, and the U.S. and North Korea negotiation, or at least talks, begin.”

이어 남북한 이뤄진 긍정적 진전은 결국 허물어져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겠지만, 현재로선 적어도 숨고를 시간을 얻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is is the positive development and you know eventually it will collapse and will go back to old patterns, but at least for now it gives little bit of breathing space.”

팔 부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한국이 6월 지방선거를 치른 뒤에 이뤄져야 한다며, 김정은이 한국 정치에 개입할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남북대화가 미-북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미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요청을 모두 거절했고, 최근 평창올림픽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나 유엔 고위 관계자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북한이 올림픽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이유는 강력한 유엔 제재와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 공격 가능성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오랜 적대 정책을 바꾼 게 아니라며, 지금은 미국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강조해야 할 시기이지 물러설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