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아프리카 간 교역에 여전히 큰 구멍이 존재하고, 여기서 발생한 현금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전 백악관 고위관리가 밝혔습니다. 그랜트 해리스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담당 선임보좌관은 2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대북 제재가 작동하려면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해선 아프리카 국가들의 탐지 역량을 키우고, 현지 당국자와 기업들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한 해리스 전 보좌관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더욱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인 외교관과 노동자를 추방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한 문제점 중 하나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이런 이행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지 않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의 경우 85%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2321호 전에 채택된 결의 2270호에 대한 이행보고서 역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왜 유독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북 제재 이행보고서 제출 빈도가 저조할까요?
해리스 전 보좌관) 때로는 이를 제출할 역량이 안되거나 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해서입니다. 제 시간에 보고서를 제출할 능력이 되지 않는 거죠. 하지만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는 이런 문제가 되는 관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제 시간에 상세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하고 이행보고서를 제 시간에 제출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까?
해리스 전 보좌관) 저는 이행보고서 제출 여부보다는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간의 관계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아프리카의 약 30개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북한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무역액은 2016년 기준 9천8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런 통계의 신뢰도에 있어서도 많은 의문이 듭니다. 이들 통계에는 북한 회사나 북한과 계약된 회사의 투자 내역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보고하지 않는 불법 거래도 포함되지 않으며 중국 회사나 유령 회사를 통한 무역 역시 배제돼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 활동을 통한 거래도 말이죠. 다 합친다면 평양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자금줄이 될 겁니다.
기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해리스 전 보좌관) 이유는 나라마다 다를 겁니다. 에리트레아 같은 국가들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나라 자체가 적습니다. 또 북한과 오랜 관계를 맺어오고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사거나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나미비아 같은 국가들은 이념적 동기가 섞여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당국자들 일부는 북한이 자신들의 독립 운동 당시 지원을 해줬다고 믿고 있죠. 하지만 많은 당국자들은 실용적인 문제로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북한을 저렴한 무역을 할 수 있는 상대로 보는 것이죠.
기자)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할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해리스 전 보좌관) 당근과 채찍 모두를 사용하는 방법들이 남아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안보 관계를 강화하거나 원조나 무역, 투자 등을 늘릴 수 있죠. 채찍으로는 제재 이행을 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같은 국가들이 아프리카 당국자나 회사들을 유엔 제재 이행 위반 혐의로 제재를 가하는 겁니다. 여행을 금지하거나 자산을 동결해 행동을 바꾸는 거죠.
기자)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아프리카 당국자에 제재를 가한 적이 있나요?
해리스 전 보좌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회사들에 대한 제재는 있었지만 아프리카 당국자나 아프리카 국가 소속 회사가 제재 명단에 오른 적은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들 국가들이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검역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북한과 거래하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중국 회사나 유령 회사가 개입돼 있어 북한과 거래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달 아프리카 국가의 제재 이행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원조를 1천100만 달러 증액한다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세관 검역 역량 등을 키워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부품 등을 탐지하는 역량을 키우는 건데요. 하지만 이런 부분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많은 자원이 필요하며 많은 국가가 동참해야 합니다.
기자) 최근 유엔은 예멘 후티 반군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현직에 계실 때도 북한의 무기 확산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나요?
해리스 전 보좌관) 북한이 무기를 판매하는 것과 자신들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부품이나 기술을 누가 구입하는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점은 국제사회에 대한 중요한 안보 위협입니다. 북한이 위험한 이유는 앞으로 누구에게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품이나 기술을 판매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기자) 사실 중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하면 아프리카 국가들과 북한과의 관계는 적은 편입니다. 그래도 국제사회가 이들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계속 압박해야 하는 이유 좀 소개해주시죠.
해리스 전 보좌관)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를 이용하려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더 큰 무역 파트너 국가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체할 자금을 찾는 거죠. 대북 제재가 정말로 작동하기 위해선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북한과의 어떤 무역이나 군사 교류도 인권을 유린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는 무기들을 만드는 북한을 돕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랜트 해리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선임보좌관으로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북 제재 이행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