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해상 불법활동 겨냥한 미 독자 대북제재...최대압박 의지 불변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3일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사상 최대규모의 독자 대북제재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이번 제재에는 선박과 운송회사 등이 대거 포함되면서 해상에서의 불법활동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함께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이 이번 제재를 사상 최대규모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기존 제재와 비교할 때 규모가 얼마나 큰가요?

기자) 네. 이번에 제재된 선박 28척과 관련 기업 27개, 개인 1명 등을 모두 합치면 56개인데요. 당장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지금까지 나왔던 미국의 단일 대북제재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앞서 가장 많은 북한 기관과 개인 등이 한꺼번에 제재된 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12월이었습니다. 당시 고려항공 기체 16대를 포함해 총 39개 기관과 개인 등이 제재됐었고요. 이보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선박 20척 등 총 37개 기관 등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숫자로는 이번 제재가 20개 가까이 많은 셈이죠. 그러나 단순히 숫자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제재의 내용과 의미, 수위 등을 따져보더라도 기존 제재에 비해 최대규모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제재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무엇보다 최근 북한의 선박 간 환적을 끊겠다는 의지가 뚜렷합니다. 우선 제재된 북한 선박들은 북한의 유조선이거나, 석탄 운송에 동원됐던 화물선들입니다. 아울러 다른 나라 선박들은 북한과 맞댄 상태에서 화물을 옮기다가 발각됐었던 배들이고요. 이와 함께 이들 배들을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회사들도 대거 제재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갑자기 왜 북한의 해상 활동에 미국 정부가 주목한 걸까요?

기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일본 정부도 잇따라 같은 장면을 포착했었고요. 비슷한 시기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협조 아래 북한 선박과 물건을 주고 받은 해외 유조선 '라이트하우스윈모어' 호와 '코티' 호를 억류합니다. 북한의 선박간 환적은 지난해 9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태가 지속되자 12월 통과한 새 결의는 선박 간 환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대북제재 결의의 구멍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이런 행위를 끊고자 하는 의지가 이번 제재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방금 말씀하셨지만, 선박 간 환적은 그만큼 제재에 구멍이 있다, 다시 말해 제재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그런 지적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합니다. 우선 선박 간 환적이 있다는 사실만을 놓고 볼 때 제재가 잘 작동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북한산 광물 거래를 금지하고, 더 나아가 정제유와 원유 등에 제한선을 긋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런 조치들이 실제로 잘 작동을 하다 보니, 북한으로선 광물을 거래하고, 정제유를 수입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이 막힌 겁니다. 그렇다 보니 선박 간 환적 방식이 떠오른 것이죠. 다시 말해 제재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선박 간 환적은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그런데 이런 위반 행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건 이를 통해 최소한 북한이 유류 공급을 받는 데 있어 타격을 받는 건 사실로 확인이 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선박 간 환적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항구에서 싣던 유류 제품을 바다 한 가운데에서 옮겨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해상 활동을 겨냥한 주의보를 낸 것도 처음으로 봐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번 제재 조치와 별도로 총 10페이지로 구성된 '국제 운송 주의보'를 발표했습니다. 이 주의보는 국무부와 해안경비대와 협의를 거쳐 나왔는데요. 핵심 내용을 추리면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과 해상 불법 거래에 연루되면 제재 위험성이 따른다는 일종의 경고와,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선적 간 환적을 하는 지 자세히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이게 세컨더리 보이콧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무부는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개인과 기관 등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독자 제재를 단행해 왔습니다. 이번에 선박 28척 등도 그런 방식으로 제재가 이뤄진 거고요. 그런데 가끔 이번처럼 제재와 별도로 주의보를 발표하곤 했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방코델타아시아는 제재 명단에 등재되는 방식의 조치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방코델타아시아와의 거래를 주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의 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가 담긴 주의보가 나온 겁니다. 그런데 당시 주의보가 나오자 다른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끊기 시작하면서 기존 제재보다 더 큰 효과가 나타났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주의보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통상 선박 업계는 다른 분야보다 매우 복잡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박 한 척을 운항하는데 소유회사는 물론 관리 혹은 운영회사가 개입하고, 때때로 이들 회사와 전혀 상관 없는 나라가 등록을 해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각 선박은 보험회사에 가입해야 하고, 또 특정 항구에 입항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선박이 운영되기 위해 개입해야 하는 모든 회사들에게 '연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앞서 'VOA'는 제재 발표 하루 전날인 22일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했는데요. 스탠튼 변호사는 선박 간 환적을 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질문에 선박들의 모든 거래 대상을 제재하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선박에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회사와 운영회사, 이들 회사들의 계좌 거래를 맡는 은행을 제재하면, 이들은 물론 비슷한 성격의 회사들이 북한과의 불법 거래에 연루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진행자) 해상 분야에서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론상으론 항구도 제재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만약 특정 항구가 미 정부의 제재 선박이나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이 되는 선박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들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들은 미국에 입항 즉시 이전보다 더 강화된 수색을 받게 됩니다. 이 경우 많은 선박들이 수색으로 인한 시간 지체를 피하기 위해 문제가 있는 항구가 아닌, 다른 항구를 이용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이번 주의보에는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또 다른 선박들이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선박 금운산 호와 파나마 선적의 코티 호가 지난해 12월 선박 간 환적을 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코티 호에 대해 억류조치를 했었는데요. 당시 미국 정부가 코티 호에 대한 불법행위를 포착해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 공개된 선박 간 환적이 코티 호가 억류된 주요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이번 제재는 '최대 압박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죠?

기자) 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3일 이번 제재가 “최대 경제 압박 캠페인'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캠페인을 통해 북한 정권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재원을 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정기적으로 제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만큼 대북 압박에 진지하다는 건데요. 미국 정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총 405개 기관과 개인 등을 제재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절반이 2017년 한해 동안 이뤄진 제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거세진 대북 압박 캠페인이 미국의 독자제재 분야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최근 한국에선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제재가 발표된 점도 흥미로운데요.

기자) 미국 정부는 지금껏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숨긴 적이 없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까지 가는 과정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요. 바로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현재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근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대화에 나오도록 설득하기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당근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대신 커다란 채찍을 이용하고 있고, 북한이 이런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큰 틀에서 본다면 선박 등 56곳에 대한 이번 제재도 채찍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 가한 채찍인 셈이죠.

진행자)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 발표 직후인 23일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가 작동하길 바란다'고 말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두 번째 단계가 매우 거칠고, 전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군사적 조치를 언급한 거군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사상 최대규모의 대북제재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