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가들은 다음달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증 부분과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일부 비관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이 '탑 다운' 즉, 최고 지도자끼리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그동안의 합의가 아래에서부터 실무 차원에서의 버텀 업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탑 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특히 최고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상당히 속도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큰 틀에서 일괄타결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핵에 대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해서도 “미국과 북한이 목표라는 측면에서 일치하는 지점을 찾았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이견이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다만 그것의 진행 과정, 이행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단계적으로 이행하되 좀 더 속도를 내는, 또 보상과 관련해선 행동과 행동 원칙에서 보상하는 그런 쪽으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미-북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도 이번 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지금까지 국가 간의 정상회담에서 95% 이상은 사전에 합의문을 전부 다 써 놓고 가기 때문에 실패한 정상회담은 거의 없다. 이번엔 특히 미국의 특사가 두 번이나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독대를 했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는 아주 성공한 협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전망합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대 완전한 체제보장을 주고 받는 협상이 나올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이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과 서로 주고 받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이 체제 보장에 대해서 최대한 시간을 단축한다면 북한 또한 비핵화에 대해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이사장] “현 상황에서는 서로 만나기로 약속까지 됐으니까 또 상당한 정지 작업이 된 것 같으니까 서로가 어느 정도 만족할 있는 수용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날짜와 장소가 합의된 게 아니겠어요?”
천 이사장은 회담이 실패할 경우 잃는 게 더 큰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김 위원장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김 위원장도 미국과 접점을 맞춰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정상회담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판이 깨질 상황'에 대해서도 미-북 양측이 사전조율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북 정상이 실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지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천영우 이사장] “100% 검증가능한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99% 검증가능하면 되는데, 검증의 스탠다드를 북한이 어디까지 수용하느냐 거기에 달린 겁니다.”
천 이사장은 비핵화를 의미할 때 사용하는 'CVID' 중 가장 중요한 건 'V' 즉, 검증 부분이라면서 북한이 이를 얼마나 허용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이사장] “불시사찰에 어느 정도 제약이 가해지느냐, 불시사찰에 얼마나 제약이 없어지느냐, 실질적으로 어느 범위에서 가능하냐, 이런 것에 의해서 검증 수준이 결정되는 거죠.”
천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군사 옵션이나 제재 강화의 빌미를 주지 않을 수준의 제안을 갖고 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라면서, 회담 자체는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습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단기적'과 '장기적'으로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휘락 교수]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60개 만들어도 30개 만들었다고 신고하고… 핵 물질도 500kg 농축우라늄 만들었다, 그러면 250kg만 신고하면 되니까. 그게 숨기면 찾기 어려워요.”
단기적으로는 미-북 정상의 비핵화 합의에 따라 낙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북 핵 폐기의 검증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박휘락 교수] “쉽게 말하면 합의는 하는데 서로 폐기도 하고 사찰도 하고… 북한은 숨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합의를 하는 거고, 미국은 찾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하는 거니까. 실제 합의가 되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사찰 문제에서 서로 의견 충돌이 일어나서...”
박 교수는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적화통일과 남한의 공산화라는 목적도 있다면서 “천신만고 끝에 만든 핵무기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원하는 건 경제적인 지원보다도 '평화협정'이며, 이로 인해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기 어려운 여건을 조성하려 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