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자들의 원활한 취재 지원을 위한 미디어 센터를 오픈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10일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 미디어센터를 자동차 경주 대회로 유명한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에 마련했습니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이 건물에는 약 2천 명의 기자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책상과 함께 인터넷 연결선과 전원 콘센트 등이 준비됐으며, 두 정상의 만남을 볼 수 있는 TV 스크린도 곳곳에 설치됐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에 등록을 마친 언론인은 약 3천 명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한반도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출신 기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역사적인 두 정상의 첫 만남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유럽과 남미 등 먼 지역에서 온 기자들도 종종 목격됐습니다.
각국 기자들은 각 책상마다 자신들의 회사명을 적어 놓는 등 '자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치열한 취재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겁니다.
기자들만 경쟁을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언론인들이 모이는 이번 정상회담을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로 십분 활용하며, 마케팅 경쟁을 펼쳤습니다.
'더 커먼 굿 컴퍼니'와 '엠파이어' 등 현지 식품 업체들은 정상회담 기간 동안 기자들에게 무료로 식사와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아이스크림 업체인 '어더스'는 이번 정상회담을 기념해 '김치맛 아이스크림'을 기자들에게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싱가포르의 신문사인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생수를 기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아울러 한국 제과·제빵업체인 '파리바게뜨'도 미디어센터를 찾은 기자들을 위해 샌드위치 5천 개와 생수 1만 병을 준비했는데, '파리바게뜨'의 운영기업 'SPC'의 김범호 부사장은 이날 'VOA'에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는 미디어센터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도로는 싱가포르 현지인이나 관광객보다 카메라나 마이크를 든 취재진이 더 많이 목격될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호텔 주변으로 세워진 펜스에 달라 붙어 카메라를 들이대고, 호텔 건너편 보도블럭에 자리를 잡는 등의 방식으로 김 위원장을 포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양복을 입은 김 위원장의 경호원들이 호텔 주변에 등장하거나, 싱가포르 경찰이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시작하면 기자들도 덩달아 긴장을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은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을 할 때 한 번,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를 왕복할 때 각각 한 번씩 포착됐습니다.
이 때마다 취재진들은 호텔이나 이스타나 정문으로의 접근이 철저히 제한됐으며, 차량행렬의 취재에도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 위원장과 동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기자들은 차량 지붕에 몸을 반쯤 내놓은 상태로 김 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을 촬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두 정상의 경호를 위해 많은 경찰력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 개최 비용으로 약 2천만 싱가포르 달러, 미화 1천500만 달러가 소요되는데, 그 중 상당수는 경호 비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자들의 과열된 취재 열기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10일 한국인 기자 2명이 전날인 9일 추방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싱가포르주재 북한대사관 관저에 무단으로 침입한 뒤 북측에 억류됐으며, 이후 싱가포르 경찰에 인계됐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추방된 기자 외에 비슷한 혐의로 싱가포르 당국에 한국 취재진이 구금된 일이 네 차례 더 있었다며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