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협상가들, ‘시간표 없다’ 발언 “비핵화 어려움 인식한 것”

지난 14일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왼쪽)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 핵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된 결과라고 미국의 전직 대북 협상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위협적인 무기 실험을 멈춘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녹취: 폼페오 장관] “We believe that Chairman Kim Jong Un understands that the urgency of timing of completing this denuclearization.”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완료 시점에 대한 시급성을 알고 있다면서, 이 기한을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0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주도 안돼, 현 시점에선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대하기 이르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정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지 깨달은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realized that this is the complex process and it certainly shows that it didn’t end in Singapore, it did start in Singapore, and I think Pompeo’s realistically explaining it is not easy to do. I never understood why 2020 was the date from the beginning. So I consider it as a positive step on the road to reality.”

힐 전 차관보는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애초 비핵화 시점을 2020년으로 정한 데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폼페오 장관의 가장 최근 발언은 이런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님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현실적인 길로 나아가는 긍정적 발걸음으로 여긴다며, 동시에 싱가포르 회담이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북대서양조약기구 전 사무차장은 폼페오 장관의 발언을 “후퇴”로 규정하고, 미-북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it’s a step backward, it may reflect continued resistance by North Koreans to setting of rapid time table for denuclearization to meet with earlier suggestion of two years.”

앞서 미국이 제시한 2년 내 비핵화라는 ‘빠른 시간표’에 북한이 계속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주한미국 대사를 지낸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은 정상회담 이후 2주가 지나도록 후속 협상 일정이 발표되지 않는 것은 싱가포르에서 많은 것을 달성하지 못한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한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비핵화 달성에 속도를 내던 미국이 유연성을 보인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판단 했기 때문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 North Koreans are not testing nuclear weapons, they are not testing ICBM, meanwhile the US and ROK aren’t doing joint military operation, that is acceptable to the administration and it is acceptable plateau which we can rest for indefinite period of time that crisis is over and we are not worried about going to war, So it maybe that this means that they’ve decided this situation is acceptable.”

미국에게는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은 연합훈련을 유예한 현 상황이 용인할 만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작년과 같은) 위기와 전쟁 우려를 무기한 불식시킨 허용할 수 있는 안정기로 싱가포르 회담 이후 상황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고 갈루치 전 특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e saw no material change except the decision of administration, cancel military exercises without consulting our allies, and there’s no significant change in North Korea other than what they have announced before the summit.”

북한은 회담 전 이미 약속했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시설 폐기 외에 어떤 중요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지만, 미국은 동맹국과 상의 없이 ‘미-한 훈련’ 유예라는 특이한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한편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은 북한과의 후속 협상을 앞두고 미 정부 부처로부터 엇갈린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Pompeo is in the lead, he was mentioned in the Singapore Joint Statement that he would be the negotiator, so the administration has to speak in one voice, even if they don’t.”

대북 협상은 폼페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며, 이는 ‘싱가포르 공동 성명’에도 명시돼 있다면서, 행정부는 비록 뜻이 같지 않아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4일 아시아 순방 직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특정 시간표와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혀,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는 폼페오 장관의 발언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