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폼페오 장관 방북 취소는 대북 강경파 득세 신호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앞에서 오른쪽부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 성 김 필리핀주재 대사,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장. 사진 출처=백악관

백악관이 최근 공개한 사진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들의 면면을 보여주는데요, 강성 인사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을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입니다.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있고, 맞은 편에 폼페오 장관을 중심으로 왼쪽에 성 김 필리핀주재 대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오른쪽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있습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들의 뒤에 서 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이 왜 이 사진을 공개한 건가요?

기자)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관리하는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 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한 지 9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취소를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사진 속 인물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목되는 건 성 김 대사와 앤드루 김 센터장입니다. 두 사람이 북한과의 실무 협상에 나서고 있는 건 알려져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책회의에도 참여하는 건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필리핀주재 대사가 대북정책 회의나 협상에 참여하는 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성 김 대사에 대한 폼페오 장관의 신임이 그 만큼 각별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성 김 대사가 공석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앤드루 김 센터장도 주목되는 인물인데요, 정보기관 간부가 대북 협상에 직접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자신의 방북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을 취소했는데요,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기자) 사진에 보이는 펜스 부통령 외에 성 김 대사와 비건 특별대표, 앤드루 김 센터장은 모두 폼페오 장관의 핵심 참모들입니다. 당연히 방북 발표에 앞서 긴밀히 논의했을 겁니다. 따라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토록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오 장관의 전날 방북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볼 때, 펜스 부통령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방북 취소를 강하게 주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건가요?

기자) 그럴 수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기대가 미-북 협상의 최대 동력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달리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덜 갖게 되면 대북 관여론이 힘을 잃고, 강경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최근 들어 줄어든 건가요?

기자) 국내정치 상황과 중국과의 고조되는 무역분쟁은 분명 그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캠프의 핵심 간부와 고문변호사가 선거자금법 등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고, 이 때문에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의 강도를 높여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의 방북과 뒤이은 취소 발표가 잘 짜여진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요?

기자) 현재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던 지난 5월과는 다릅니다. 이미 정상회담을 한 차례 한데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없으면 더 이상 비핵화 조치도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워낙 확고부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