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평양 방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약속 받는다면 성공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놓고 여전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문 대통령의 '수석협상가'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확신시킬 수 있는 비핵화 조치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정부 당국자들은 모든 핵무기·핵시설·핵물질 신고와 핵활동 동결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진전된 결과를 예상"한다며 낙관론을 표현했지만, 첫 날에는 핵무기 포기 의지 보다는 민족적 동질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은 미국이 안전 보장에 관한 상응 조치를 취할 때만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첫 단계로 종전선언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 결과를 가지고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포옹과 평양 시민들의 환호, 카 퍼레이드 등 "세심하게 연출된 우정을 과시"하며 두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협상의 교착 상태 해제를 시도하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진심'에 자신의 명성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낙관론을 키웠지만, 당면한 과제의 크기가 드러나며 이런 기대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업인들이 동행한 것은 제재 해제 전에는 어떤 계약도 맺을 수 없지만 북한이 핵포기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팔 수 있는" 무언가를 김 위원장에게 얻어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비핵화 약속'에 관한 북한의 분명한 행동 없이도 이 게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전했습니다.
AP 통신은 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을 미-북 핵 협상을 중재하면서, 남북 경제 협력 확대와 한반도 평화를 견인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임무"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만남 자체가 큰 진전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엔 문 대통령이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진핑 주석도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식에 최고위급 인사를 파견함으로써 지지를 표명한 만큼 김 위원장에겐 이번 회담이 좋은 시기에 열리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P는 또 다른 기사에서 김 위원장에겐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 번영을 가져올 강력한 지도자라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보도했습니다.
'CNN' 방송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으며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순서와 방법 등을 놓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 당국자는 평화를 향해 나아가려면 두 정상이 꾸준히 만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인 합의안이 도출될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폭스 뉴스는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기사를 1면에 보도하는 한편 미국을 비난하는 논평을 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8일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는 있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이 약속한 종전선언 선포 등 신뢰 조성 의지를 보이지 않고 '선 핵포기'만을 주장해 북미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폭스 뉴스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 일부를 폐쇄하는 등 일부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 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외부로부터 양보를 얻기 전에 더 진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면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회담의 성패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얼마나 '명료함'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애매한 약속'을 넘어선 무언가를 내놓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핵 시설 명단 제출과 국제사찰단 수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성공한다면 '수석협상가'라는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남북한이 제재 해제 이후 장기적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동행했다면서, 북한이 경제를 개방할 경우 많은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로 풀이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