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총회서 유엔사 해체와 제재 완화 촉구…인권 비판은 배격

유엔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김인철 서기관이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6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 73차 유엔총회가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내세우는 요구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엔사 해체와 제재 완화를 촉구하면서도 인권 개선 요구는 전면 배격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법률(Legal)을 다루는 유엔총회 6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은 한국에 주둔 중인 ‘유엔군 사령부’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The UN Command in South Korea should be dismantled...”

유엔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김인철 서기관은 12일 열린 6위원회 회의 발언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향한 한반도 상황전개에 근거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엔사를 ‘몬스터라이크(monster-like)’ 즉 ‘괴물’에 비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The UN Command in South Korea is monster-like organization as it misuses...”

한국의 유엔사는 괴물과 같은 조직으로, ‘유엔’이라는 이름을 잘못 사용해 유엔 헌장’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유엔의 활동이나 프로그램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통솔권도 실체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유엔 고위직 인사들도 유엔사가 유엔과의 연관성이 없으며, 미국의 책임 하에 운영된다고 말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서기관은 또 유엔사 해체와 미군 철수를 명시했던 과거 유엔총회 결의를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It is noteworthy that in reflection of...”

1975년 열린 30차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유엔사를 해체하고 모든 미군을 철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됐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유엔총회는 유엔사 해체 등을 담은 북한측 결의안과 남북 대화 촉구 등을 명시한 한국 측 결의안을 모두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김 서기관은 또 북한이 핵과 로켓발사 실험을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 완화와 해제를 명시한 관련 결의에 주목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에 대해 한국측 대표는 다음 회의인 15일 ‘추가 발언’을 요청해 이를 반박했습니다.

[녹취: 한국 대표] “With regard to the remarks made by distinguish...”

6위원회는 유엔사 해체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회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유엔사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특별위원회를 비롯한 다른 장소에서도 일관돼 왔다며, 같은 내용을 반복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셩 유엔주재 븍한대사가 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2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제와 개발, 금융을 주제로 한 제 2위원회 회의에선 9일 대북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The delivery of the humanitarian assistance material...”

김 대사는 인민의 존재와 개발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 받고 있다며, 필수적인 약품과 엑스레이 장비, 심지어 스포츠 장비와 같은 인도적 원조 품목들의 운송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물품들은 어린이와 여성 등 인민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제재가 북한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논리도 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Our efforts to implement SDG...”

제재로 인해 유엔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이행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속적인 개발을 하는 데 있어 이러한 상황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경제적 환경은 여전히 최악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권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3위원회에선 인권 문제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이 부각됐습니다.

[녹취: 이성철 참사관] “The report Secretary General 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

북한대표부의 이성철 참사관은 16일 유엔인권 최고대표사무소의 크레이그 모카이버 뉴욕사무소장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해당 보고서에는 “정치적인 자료와 내용들이 들어있다며 이를 전면 배격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을 비판한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반발하며 “북한의 인권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문제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곳은 군축을 주제로 한 제1위원회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신뢰 구축’과 북 핵 폐기의 동시적 접근법을 주장하는 한편 일부 나라들의 비난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성 대사는 11일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한반도에 대한 우려는 지지와 환영으로 바뀌었으며, 이런 획기적인 한반도의 변화는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As a result, days of concern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bout this situ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changed...”

이어 북한이 무기 실험을 멈추고, 핵 실험장 등을 폐기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미국도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회의와 달리 미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 등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관측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다른 북한측 대표는 16일 열린 회의에서 스페인 등 유럽 나라들이 북한의 비핵화 단계 전까진 제재 해제를 고려해선 안 된다고 밝히자 ‘추가 발언’을 요청하며 반발했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I would like to exercise the right of reply...”

스페인이 프랑스,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처럼 제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재는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은 창건 첫날 이후 70년 간 압박과 제재 아래에서 살아 왔으며, 북한은 어떤 제재와 압박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자립심과 자기발전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10년 혹은 100년을 더 제재한다고 해도 더 강하게 이겨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총회 각 위원회는 토론을 거쳐 유엔총회 본회의에 보고할 결의안을 채택하게 됩니다.

지난해까지 3위원회는 북한의 인권사항을 지적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1위원회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등을 규탄하는 결의를 통과시켰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