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 등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또다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협상 시한인 올해 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미·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 매우 많은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또한 퇴임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갈등했음을 시사하는 문장도 덧붙였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관련 사안을 문제로 보지 않았지만, 자신은 그것을 문제로 보고 고치고 있다고 강조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국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등을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지목해온 만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016년 4월,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할 정도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y have to defend themselves, against North Korea. We have a maniac over there, so if they don’t take care of us properly, you know what’s going to happen? Very Simple! They have to do it by themselves.”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을 잘 대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한 겁니다.
또 대통령 선거 마지막 TV 토론회에서도 미국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잘 사는 동맹국을 지켜줄 필요가 없다면서 한국과 일본, 독일을 거론했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hen I said Japan and Germany, and I’m not to single them out, but South Korea, these are very rich, powerful counties.”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의 50%를 부담하고 있다는 진행자의 설명에 100%를 부담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How much percent? 50%? Why not 100%?”
이번 방위비 분담금 관련 언급은 미·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의 연내 타결이 불발된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때문에 한국과의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분담금 증액 압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 3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증액 규모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또 10차 회의 이후에도 실무 차원에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견이 커 차기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가운데 한국이 부담하는 몫으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 지원 등의 명목으로 쓰입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분담금은 8억1천700억 달러.
이를 토대로 미국은 한국이 전체 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금 이외에도 토지와 인력 제공, 각종 수수료 감면의 지원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훨씬 크다는 입장입니다.
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 독일 보다 분담금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주장입니다.
현재 미국이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는 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2배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보도한 바 있고, 미국 정부 역시 지금보다 1.5배 증가한 연간 12억 달러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도 한국의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1일 한국에서 열린 '송년 미·한우호의 밤' 행사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미-한 동맹을 위해 한국이 제공하는 상당한 자원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한국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미 의회에서도 나왔습니다.
상원군사위원회 소속으로 사이버안보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위비 부담 증액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재원을 증가시킴으로써 미국도 대응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라운즈 의원] “I haven’t looked at the numbers. I think the President is a businessman and he's a negotiator. He can't get South Korea to do more unless he asks them to do more…”
SMA가 이행되기 시작한 1991년부터 한국의 분담금은 해마다 평균 2~6%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4년에 타결된 제9차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이달 말 종료되는데, 당시 협정을 보면 해마다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도록 명시 돼있습니다.
하지만 큰 폭의 인상률을 적용하려는 미국 측과 한국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또 양측이 어떤 타협안을 내놓을 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