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위기 국면 맞은 미-북 협상, 대화 중단 오래갈 듯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해 협상의 판을 깰지 여부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장거리 로켓이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이 얼마나 구체적인가요?

기자) 장거리 로켓 발사 시설인 동창리 서해발사장은 언제든 정상가동이 가능하게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평양 외곽의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는 차량 움직임이 빈번하고, 선로에 열차가 정차돼 있는 것이 포착됐습니다. 하지만, 발사와 관련한 움직임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물론 결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상업위성으로 촬영된 움직임으로 시험발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상업위성 사진은 해상도가 낮고, 건물 내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 언론 등의 관측이 빗나간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이 “특정 상업위성 사진이 보여주는 것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며 언론 보도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직 급박한 움직임이 포착된 건 없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장거리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가 아니더라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북 협상의 전망이 상당히 어두워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이 강경해졌습니다.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법으로 돌아섰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 온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해법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방식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것도 `전부 아니면 전무’ 식 `빅 딜’ 주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비핵화의 개념을 상당히 확장했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볼튼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들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 된 상태입니다. 핵무기와 핵물질, 주요 부품 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 등 다른 대량살상무기도 제거하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재래식 무기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무기 프로그램이 폐기 대상입니다. 북한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일찌감치 일축했던 요구사항입니다.

진행자) 상황이 이렇다면 미-북 협상이 재개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방침을 고수하는 한 북한은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들의 핵심 관심사가 관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창리와 산음동의 움직임은 미국에 대한 강한 반발과 불만의 표시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실무 협상이든 고위급 회담이든 양측 간 대화 재개는 당분간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부에서는 강경파인 볼튼 보좌관이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제치고 대북 협상의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북 양측에서 긍정적인 신호는 아예 없는 상황인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추가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정도입니다. 북한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첫 공개 발언에서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점이 주목됩니다.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임무는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목표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나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인가요?

기자)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 파기의 전적인 책임과 미국의 강경 대응을 감수하면서 도발 재개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뒤로 되돌리고, 국제적 고립을 더욱 심화할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은 그 보다는 미국의 요구 내용이 달라질 때까지 대화를 거부하며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