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미, 무역협상 성의 보여야”…타이완, 아시아 첫 동성혼 허용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은 미국이 무역 협상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타이완이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필리핀이 쓰레기 불법 수출을 이유로 캐나다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에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루캉 대변인은 중국은 양국 간의 분쟁을 해소하고자 늘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이 의미가 있으려면 미국이 반드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협상은 상호존중과 평등, 호혜의 원칙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전날 중국 관영매체에서는 미국이 성의가 없다며, 협상을 그만두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고요?

기자) 네, 중국 관영 매일경제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계정인 ‘타오란비지’에 16일 올라온 글인데요. 미국이 중국과 협상을 하는데 성의가 없다며, 이럴 거면 협상을 완전히 그만 두는게 낫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협상을 원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계속 술수를 쓰고 있다며 미국의 이런 자세가 대화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고요. 또 미국이 극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기대했던 대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5일 곧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대표단과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16일 미국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데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전날(15일) 미국 정부가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중국 최대 정보통신업체인 화웨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데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선 협상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최근 이렇게 긴장이 고조된 이유를 살펴볼까요?

기자) 네, 지난주 미국은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습니다. 중국산 제품 2천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크게 올린 건데요. 그러자 중국도 이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올리기로 했죠. 약 2천500개 품목에 25% 관세가 붙게 되고, 1천여 개 품목에는 20% 관세가 붙게 됩니다.

진행자) 중국도 관세를 인상하지만,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 규모와는 차이가 있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인데요. 거기다 중국은 관세가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제품은 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따라서 보복관세로는 중국이 미국에 맞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럼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어떤 무기를 들고나올까요?

기자) 현지 전문가들은 관세 외에 중국이 쓸 수 있는 방안이 몇 가지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그중 한 가지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대폭 줄이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주요 대중국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인 돼지고기 구매를 대량으로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돼지고기 수출액이 한해 65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중국의 이런 조처는 미국 양돈농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면서 돼지고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고 돼지고기 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요. 중국 국내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의 부담은 감수해야 할 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방안, 또 뭐가 있을까요?

진행자) 네,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세계 최대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국민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를 중단한다면, 이 또한 미국으로선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규모보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미국은 현재 중국 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요. 또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중국이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활용한다는 거죠?

기자) 중국 당국은 미국 업체의 국내 활동을 제한하거나, 미국 기업의 제품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중국은 최근 미국 항공기제조업체인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구매를 취소하고 프랑스 기업인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구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 기업들을 압박함으로써 무역 전쟁을 대처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관세에 맞서 중국이 이런 지렛대를 활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의 이런 조처로 결국엔 중국 국내기업도 손해를 보고, 실업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무역 전쟁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7일 타이완 입법원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특별 법안을 통과시킨 후 동성 결혼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타이완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타이완 입법원이 17일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특별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새 법안은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서명하면 발효되는데요. 이 법에 따라 앞으로 타이완에서 동성 부부들은 관청에 결혼 등기를 할 수 있고, 이성 부부와 같이 자녀 양육권, 세금, 보험 등과 관련한 권리도 갖게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에서는 동성결혼이 이미 합법이 됐지만, 아시아에선 타이완이 최초라고요?

기자) 네, 보수적인 가족의 가치와 정치 체제를 갖춘 아시아 국가들에선 LGBT라고 하는 성 소수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 남아시아와 중동지역도 마찬가지인데요. 특히 중국에선 동성애자들의 집회를 금지하고, 관련 단체들의 언론 보도를 금지하는 등 특히 제한이 많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은 어땠습니까?

기자) 타이완은 성 소수자들의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편으로 연례 동성애자 행진에 8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날도 타이완 입법원 밖에선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수천 명의 동성 결혼 지지자들이 모여 동성애 결혼 합헌을 외쳤고요. 관련 법안 통과 소식에 크게 환호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에서 동성 간 결혼 인정은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고요?

기자) 네, 앞서 타이완 헌법재판소는 2017년 5월 동성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규정은 위헌이며, 동성 부부도 합법적으로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타이완 헌법재판소는 2년 시한을 주고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도록 했는데요. 올해 5월 24일이 마감 시한이었습니다.

진행자) 현재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몇 개인가요?

기자) 27개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요. 이 외에 일부 국가에선 결혼까지는 아니지만, 시민 결합의 형태로 동성간 결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타이완 현지 전문가들은 타이완 사회가 동성연애에 대해 더 열린 자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동성 간 이루는 가족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타이완의 민주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실제로 오는 5월 24일 최소한 20쌍의 동성 커플이 수도 타이베이에서 혼인 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타이완평등결혼연합’ 측이 이달 초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이날 혼인신고 후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대규모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지만,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타이완 헌법재판소가 동성 부부의 권리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기독교계를 비롯한 보수 진영은 강력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특히 혼인의 주체는 남자와 여자로 이를 규정한 민법 조항을 고치는 것에 반대하면서, 거리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의원들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국민 여론은 어땠습니까?

기자) 지난 2012년과 2015년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약간 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에서도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해야 한다는 항목이 통과되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아직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17일, 입법원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통과시킨 건데요.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동성 결혼 인정과 관련해 "진정한 평등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최근 캐나다와 필리핀이 쓰레기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쓰레기 논란의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3년과 2014년 사이 캐나다에서 100여 개의 컨테이너가 마닐라 항에 도착했습니다. 민간 업자가 재활용품이라고 수출한 컨테이너 안에는 하지만 폐기저귀 등 재활용할 수 없는 일반 쓰레기가 포함돼 문제가 됐는데요. 이에 필리핀 법원은 지난 2016년 해당 쓰레기를 다시 캐나다로 보내라고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까지 캐나다가 쓰레기를 회수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은 이달 초에 협의를 진행해서 일반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69개를 다시 캐나다가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캐나다 정부에 5월 15일까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쓰레기를 가져갈 것을 요구했는데 캐나다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이 외교적 행동까지 취했다고요?

기자) 필리핀 측이 캐나다 주재 대사와 영사를 지난 16일 소환했습니다. 필리핀 외무부는 캐나다가 쓰레기 회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조처라고 설명하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캐나다와의 외교 관계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캐나다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캐나다 정부는 문제가 된 쓰레기는 정부가 아닌 민간 거래로 필리핀에 수출됐다고 밝혔는데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6일 양국 정부가 지난 몇 달간 관련 문제를 놓고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며 조만간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필리핀에 쓰레기를 보낸 기업은 95%가 플라스틱 재활용품이고 일부 쓰레기가 포함됐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강경한 자세라고요?

기자) 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와의 쓰레기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최후통첩을 하면서 15일까지 시한을 줄 테니 쓰레기를 되가져가라고 통고한 겁니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만약 캐나다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으면 우리가 쓰레기를 싣고 가서 캐나다 해변에 던져놓고 오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필리핀에서는 한국에서 들어간 쓰레기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이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가 6천500t에 달하는데요. 필리핀 당국이 전량 다시 한국으로 가져가라고 결정하면서 현재 일부는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이렇게 쓰레기 처리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바로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재활용 쓰레기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 제한에 들어갔는데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쓰레기를 수출하는 나라들은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대부분 선진국이었는데 각국 정부는 중국 대신 재활용 쓰레기를 수출할 만한 곳을 찾아야만 했던 거죠.

진행자) 그래서 선진국들이 눈을 돌린 곳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동남아 최대국가인 인도네시아 역시 중국의 조처로 쓰레기 수입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2017년 말까지만 해도 매달 1만t 수준이었던 수입 폐기물의 규모가 2018년 말에는 3만5천t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와 일본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폐기물의 양을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는데요. 현지 환경운동가들은 중국에 쓰레기를 수출하지 못한 선진국들이 인도네시아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도네시아 외에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말레이시아 역시 최근 미국과 호주 등 선진국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발했고요. 쓰레기를 보낸 나라로 되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쓰레기 문제가 이제 국제적인 사안이 된 만큼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군요.

기자) 네, 환경 전문가들은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제한하는 조처를 내렸을 때, 모두가 각성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쓰레기 밀반입이 국제적인 문제가 되는 만큼, 쓰레기를 수출할 곳을 찾기보다는 세계 각국이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 역시 크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