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관리들 “북한, 대미 불만 적극 표출…모호한 도발 수위, 해석 여지 남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분석했습니다. 강경 입장을 보이면서도, 도발 수위에 대해서는 명시적 선언 대신 모호하게 표현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진단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례적으로 조성된 미-북 정상 간 관계가 극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한 데 대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과 실망감이 이번 당 대회 보고를 통해 또다시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e speech was sort of telling the country that North Korea can’t depend upon external help. Instead, it has to endure protracted period of economic sanctions and rely on its own capabilitie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비핵화 전에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미국 입장에 변함이 없자, 북한은 ‘외부 도움’에 의존할 수 없고, 대신 경제 제재 장기화를 감수하며 자력갱생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어 뒀지만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환상’과 ‘희망’을 버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 특사는 미국에 ‘연말 시한’을 제시하면서까지 셈법 변화를 촉구한 북한이, 급할 것 없어 보이는 미국에 대한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 Chairman is frustrated that the President appears almost satisfied with the current situation.”

당장 제재 완화가 시급한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조치가 유지되고, 한반도 내 전쟁 위기가 사라진 ‘현 상황’에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번 보고를 통해 북한의 요구가 ‘제재 완화’임이 더욱 명확해졌다면서, 늘 언급하는 미국의 ‘적대정책’도 결국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제재 완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김정은 위원장은 어떻게 든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갈등’, ‘대결’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No longer put in a moratorium on missile testing means that we can look forward to a heightened escalation and the provocations the rest of this coming months.”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앞으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다만, 전직 당국자들은 북한이 도발 수위와 관련해서는 명시적 선언 대신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데 주목했습니다.

미국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 등은 자제하면서, 절묘하게 도발 수위를 조절하며 계속 미국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중론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북한의 메시지는 시종일관 제재 완화이며, 이를 얻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위협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on’t think they will take an action. I don’t think the US should give in to these threat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 , ‘충격적인 행동’ 등의 언급은 위협 측면에서 상당히 모호한 것으로 유연성을 보인 것이라며, 북한도 도발 수위와 관련해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He could have said, I’ve ordered, another ICBM testing the next two weeks, but he didn’t. He left it very ambiguous and open ended.”

가령 김 위원장은 당 대회에서 2주 후 ICBM 발사를 지시했다는 등 분명한 언급을 할 수 있는데도 모호한 발언으로, 어떤 제약을 두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는 유예 조치가 깨지면 미-북 대화도 종결될 것이라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당 대회 보고 내용은 연말을 앞두고 북한이 내놓은 잇단 담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대선 전에는 미-북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 대선이 미-북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에 강압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t also may linger on, but that also could work against the North Koreans. If the president felt the need to demonstrate his strength by reacting in some aggressive way to a North Korea provocation. So it is still possible this could get bad very quickly”

지금과 같은 장기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강압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인지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 보고에서도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조치의 중단을 발표하거나 직접적인 위협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갈루치 전 특사는 전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북한정보 분석관은 김 위원장이 “더 이상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는 정책적 결단을 당 간부들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칼린 전 분석관] “And the main points, elaborating that, were as flows: The dialogue with the US is over because it achieves nothing and leaves the country vulnerable.”

칼린 전 분석관은 1일 열린 전화회의에서 미국과의 대화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를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게 (김 위원장 메시지의) 요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장기 대립 속에서 경제의 토대를 바꾸고, 제재 해제가 아닌 제재 체제 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겠다는 의미가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에 담겼다고 분석했습니다.

칼린 전 분석관은 또 북한이 ‘군사적 현실’로 미국과 대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더 강력하고 위협적인 핵 전력을 개발할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당과 군 등 북한 내부에 전달된 실질적 지침이며, 미국의 전략 변화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칼린 전 분석관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전략적 정책 방향 전환’이 담겨 있고, 이는 미국에 대한 ‘장기 투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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