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북제재 위반 의혹으로 한국 정부에 억류된 몽골 선적의 유조선이 이름과 등록자료 등을 세탁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 선박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은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박 세탁’에 나서는지 추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9일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의 ‘선박 세탁’과 관련한 심층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2척의 대북제재 위반 선박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선박들이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를 위조하는 방식 등을 상세하게 공개했습니다.
보고서가 주목한 선박 2척은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킹스웨이’ 호와 안보리 전문가패널 대북제재위원회가 여러 차례 제재 지정을 권고했던 ‘수블릭’ 호입니다.
이중 킹스웨이 호는 지난 5월 한국 부산항에 입항했다가 현재까지 억류 중인 몽골 선적의 ‘슌파’ 호와 같은 선박으로, 지난 3년여 동안 세탁된 선박명과 위조된 IMO 번호 등으로 운항을 해 왔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슌파 호 즉, 킹스웨이 호는 지난 1998년 건조된 5천800t 급 유조선으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될 당시엔 ‘빌리언스 18’ 호라는 이름으로 운항됐었습니다.
보고서는 킹스웨이 호의 선주가 2018년 7월 실체가 없는 유령 선박에 ‘알파’ 호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새 IMO 번호를 발급받은 뒤 킹스웨이 호에게 알파 호의 이름과 IMO 번호를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이 선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선박 ‘트윈스 불’ 호도 같은 방식을 이용해 유령 선박인 ‘유니 웰스’ 호로 둔갑시켰으며, 이후 ‘유니 웰스’호의 이름을 다시 ‘에이펙스’ 호로 변경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실제론 킹스웨이 호인 알파 호를 에이펙스 호로 바꾸고 이름을 슌파 호로 변경했으며, 이어 에이펙스 호는 기존의 트윈스 볼 호로 되돌아갔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대북제재 위반 선박이 실체가 없는 슌파 호가 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특히 이로 인해 킹스웨이 호는 부산 항에 억류되기 전까진 다른 나라 항구들을 마음껏 드나들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가 주목한 또 다른 선박은 ‘수블릭’ 호입니다.
북한 선박과 공해상 불법 환적에 자주 포착됐던 수블릭 호 역시 또 다른 유조선 ‘스무드 시 28’ 호와 등록번호 등을 여러 차례 교환하는 방식으로 ‘하이 주 168’ 호로 둔갑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가짜 IMO 번호 사기와 IMO 번호 등록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이 ‘선박 세탁’을 가능케 했다며, IMO가 더 엄격한 규제 표준을 이행하고 선박의 등록과 운영에 대한 실사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각 선박들이 사진과 관련 정보들을 제출하도록 하고, 국제사회에서 퇴출된 선박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문제 선박들의 IMO 등록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