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첫 시험발사"...한국 "개발 초기 단계"

북한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28일 발사한 미사일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공개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제원 분석을 토대로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배치까지는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첫 시험발사라면서 “처음으로 도입한 앰풀(ampoule)화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앰풀화는 액체연료를 주입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합니다. 미사일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기존 ‘주입식’ 액체연료 공급 방식보다 신속한 발사가 가능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능동 구간에서 미사일의 비행 조종성과 안전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며 “시험 결과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개발을 공언했던 새 무기체계입니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코스를 바꿔가며 활강하는 게 특징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개발했고,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입니다.

[그래픽]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극초음속 비행체들이 워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요격망을 쉽게 회피할 수 있고 게다가 순항미사일처럼 요리조리 회피기동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방공망이 취약한 쪽으로 비행을 시킬 수가 있어요. 워낙 속도가 빠를 뿐 더러 기동성이 워낙 좋으니까 요격하기가 어려운 무기체계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로 실전 배치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보통 마하5 이상의 속도를 낼 때 극초음속 미사일로 평가하는데, 미-한 정보당국에 탐지된 속도는 마하 3 안팎에 머물러 개발 초기 단계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참은 또 “현재 미-한 연합자산으로 탐지와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초기 단계를 넘어 완성된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배치 되면 이 같은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했는데 이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에 기반한 극초음속 활공체(HGV)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8차 당 대회 때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 개발이라고 한 언급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추진체는 탄도미사일과 같은 로켓엔진, 그리고 탄두부는 날개가 달린 활공비행체로 구성돼 정점고도까지 상승할 땐 탄도미사일처럼 보이지만 이후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비행체가 목표물을 향해 활강할 땐 순항미사일과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한국 정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무기 개발에 대한 ‘이중기준’ 철회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 건 담화를 낸 지 사흘 만에 이 같은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선 데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KBS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부부장의 ‘이중기준’ 언급은 북한의 무기 개발을 위해 포석을 깔아놓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수석은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중의적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북한의 의도를 단언할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엽 교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8차 당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과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하나라며 북한은 자기들의 시간표대로 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북한은 이미 이런 로드맵 대로 가고 있어요. 그 계획 대로 하는 건데 어쩌면 김여정의 담화는 앞으로 계획돼 있는 것에 대해서 본인의 명분과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서 한 것이지 한국을 시험한다든지 이런 의미는 아니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통해 협상 의지를 보였지만 향후 지속적인 핵 능력 고도화 행동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도 협상이 필요합니다. 한편으론 협상의 문을 열어 놨지만 핵 능력 고도화와 특히 전술핵과 관련된 행동들, 국방현대화를 명목으로 활동을 계속할 것 같고요. 다만 자발적 모라토리엄, 이미 자기들이 약속한 핵실험, ICBM 발사, 핵 확산 이런 것들은 준수하는 이중전략을 지속할 것 같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유엔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이어지면서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언급된 종전선언 논의는 한층 어려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북한이 향후 자신들의 신무기 개발 시험에 대한 문재인 한국 정부의 반응을 보면서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종전선언의 파트너가 남북만이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요. 다만 북한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뜻을 잘 이행한다고 판단할 경우엔 정상회담을 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신 센터장은 북한이 이 과정에서 미-한 간 이견을 유도함으로써 양국 공조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함께 거두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