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금융제재 각국 이행 개선…2년 전에 비해 긍정 평가 비율 높아져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유엔 안보리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이행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 2년 전보다 긍정 평가를 받은 나라의 비율이 높아진 건데, 한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겨냥한 정밀 금융제재에 대한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평가 항목에서 대체로 만족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나라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전 세계 나라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이행 노력과 관련해 약 40개 평가항목에 등급을 매기고 있으며, 이 중 ‘확산 관련 정밀 금융제재’에 관한 ‘권고안 7번’ 항목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이 기준과 절차에 따라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권한을 만들었는지, 국내 기관 등을 선정해 정밀 금융제재를 시행하는지, 필요에 따라 북한이나 이란 관련 자금을 동결하는지 등을 평가합니다.

VOA가 자금세탁방지기구가 공개한 각국의 ‘상호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8일 현재 평가를 받거나 이후 후속 평가를 받은 나라는 모두 118개국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권고안 7번 항목에서 15개 나라가 결함이 없다는 의미의 ‘준수(Compliant)’ 즉, C 등급을 받았고, 44개 나라는 ‘대부분 준수(Largely Compliant)’를 뜻하는 LC 등급을 받았습니다.

반면 중간 수준의 결함이 있다는 의미의 ‘부분 준수(Partially Compliant)’ PC 등급을 받은 나라는 35개국, 24개 나라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의미의 ‘미준수(Non-Compliant)’ NC 등급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C와 LC 등 긍정 평가를 받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각각 59개로 같았습니다.

약 2년 전 조사에서는 NC와 PC 등급, 즉 부정 평가를 받은 나라의 숫자가 더 많았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8월 당시 평가를 받은 나라는 총 81개로, 이 중 60%인 50개 나라가 ‘권고안 7번’에서 부분 준수(PC) 혹은 미준수(NC)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가 일부 개선을 보이면서 C와 LC 등급이 매겨지고, 또 새롭게 평가를 받은 나라 중 일부가 `준수' 평가를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의 경우 2018년 4월 최초 평가와 2019년 9월 후속 평가에서 PC, 즉 부분 준수 등급을 받았지만 올해 9월 평가에서는 C, 즉 준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또 키르기스스탄, 모리셔스도 지난 2년간의 후속 평가를 통해 C 등급으로 올랐고, 필리핀과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등은 NC 혹은 PC 등급에서 대부분 준수인 LC 등급으로 상향조정됐습니다.

필리핀의 경우 2019년 10월과 2020년 9월 각각 NC 등급을 받았는데, 올해 공개된 평가 보고서는 “법률과 규제 조치,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된 장치와 과정 등의 개선은 필리핀 정부가 대량살상무기와 확산금융에 대한 정밀 금융제재 구현 능력 상당 부분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등급 상향조정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반면 한반도 주변국들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러시아는 부분 준수인 ‘PC’ 등급이 내려졌고, 중국은 가장 낮은 평가인 ‘NC’ 등급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자산동결과 관련한 일부 법적 근거 미비 등 결함이 지적됐고, 일본은 제재 이행에 일부 지연이 있는 사실 등이 PC 등급을 받은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중국의 경우 금융제재에 대한 포괄적 법적체계를 갖추겠다는 높은 수준의 정치적 약속을 표명하고, 북한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들에도 조치를 취했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지만, 정작 자산동결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NC 등급이 내려졌습니다.

한편 2015년과 지난해 3월 각각 평가를 받았던 미국에 대해선 “전체 유엔 확산금융 관련 내용 중 93%를 이행했지만, 여전히 안보리 결의에 의해 지정된 모든 개인과 기관을 다루진 않고 있다”면서 ‘대부분 준수’인 LC 평가가 매겨졌습니다.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 1989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금세탁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돼, 매년 10개 안팎의 나라를 대상으로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방지 등에 대한 이행 상황들을 평가한 뒤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자금세탁방지기구의 ‘주의 조치국’에서 최고 수준인 ‘대응 조치국’으로 경계 수위가 높아진 뒤 10년 넘게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