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총회서 유엔사 해체 주장…전문가 "미한동맹 분열 전략 일환"

유엔사령부 의장대가 미국과 한국 국기, 유엔기, 한미연합사령부기를 들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를 또다시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분열시키기 위한 오랜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27일 유엔총회 제 4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를 또다시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It is well known that the "UN Command" in south Korea illegally established by the US has nothing to do with the UN in all aspects of administration and budget…”

김성 대사는 “한국에 있는 유엔사는 미국에 의해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행정과 예산 모든 면에서 유엔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관련 결의가 채택된 사실을 상기시킨 뒤 “유엔사 존립에 대한 미국의 주장은 한국에 대한 점령을 합법·영속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1950년 불법으로 창설된 유엔사는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사령부와 다를 게 없고 유엔의 이름을 남용하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유엔은 유엔사에 대한 지휘권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연설이 이뤄진 4위원회는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곳이지만, 김성 대사는 북한과 관련된 여러 국제사안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유엔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유엔사 해체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유엔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김인철 서기관은 2018년 법률(Legal)을 다루는 유엔총회 6위원회에서 유엔사를 ‘괴물’에 비유하며 해체를 주장했고, 이듬해인 2019년에도 ‘유령’이라고 지칭하며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때도 북한은 1975년 유엔총회의 결의를 유엔사 해체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실제로 당시 유엔총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결의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엔총회는 이 같은 북한 측 입장에 대응해 남북대화 촉구 등 한국의 입장을 담은 별도의 결의도 동시에 채택해 한 쪽의 일방적 조치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사는 유사시 유엔기 아래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은 한국군 59만 명 등 17개국 총 93만 2천 964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뒤 유엔사의 역할은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 임무로 축소된 상태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은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Well, the problem with the claim is that the North Koreans have not come to the negotiating table to discuss alternative arrangements to replace the armistice. So, in the absence of a mutually agreed upon alternative mechanism for managing any accidental conflict between North Korea and South Korea, there's not a basis upon which to dismantle…”

스나이더 국장은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관리할 수 있는 상호 합의된 대안 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사 해체는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단순히 정치적, 상징적 제스처로 끝나지 않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구축된 유엔사의 존립 근거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도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사람들에겐 그런 선언이 어떻게 기존 협정보다 평화유지에 더 효과적이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For anyone who proposes an end of war, a statement or declaration… I think the burden is on that person to show how such arrangements would be more effective more and more durable than the existing arrangements in keeping the peace. And so one of the big challenges related to the end of war declaration is that it's hard to prove that an alternative arrangement would be more effective than the current arrangements at keeping the peace.”

스나이더 국장은 종전선언과 관련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대체 협정이 평화를 유지하는 데 현재 협정(정전협정)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에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한 동맹의 분열이라면서, 그런 관점에서 미한 동맹의 요소 중 하나인 유엔사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So, every little bit that North Korea can break gives them another edge to work on in the next pieces, and they've chosen the UN command as an easy piece to break, especially given the interest in an end of war declaration because they know that if that happens they can then go to the UN and argue that that there really is no need for a UN Command anymore given that the war is over.”

북한은 (동맹을) 분열시킬 수 있는 기회마다 이를 놓치지 않았고, 유엔사 문제는 그 중에서도 쉬운 것으로 선택됐다는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특별히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그런 주장이 더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유엔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유엔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출신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라면서도, 유엔사를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연결지으려는 북한의 시도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최근 종전선언 관련 사안들이 언급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은 유엔사를 비롯한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는 것을 큰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They want to make the end of war declaration a symbol of the ending the alliance, hostile policy of war, and ‘we can move on to better relations.’ But what we can see that North Korea is doing is, of course, putting demands on that. And they only want an end of war declaration if they can exploit it for their benefit.”

북한이 종전선언을 동맹과 적대적인 전쟁 정책의 종식의 상징으로 만들기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그런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가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종전선언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