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나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가 확정되면서 이들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두 후보는 특히 북한 핵 문제 접근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북 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 전반에서 사뭇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월 대북.외교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북 핵 문제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론을 계승하면서 한층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특히 북 핵 해법으로 ‘조건부 제재 완화’를 일컫는 ‘스냅백’ 방식과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이재명 후보] “최선의 해법은 스냅백을 수반하는 단계적 동시행동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에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병행하는 것입니다.”
이 후보는 이 구상을 미국과 북한에 제안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는 또 평화와 경제가 상호 선순환하는 ‘한반도 평화경제체제’를 이루겠다며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그리고 현대화, 개성공단 등에 대한 포괄적·상시적 제재 면제를 유엔에 설득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 후보의 북 핵 접근법은 제재 완화를 우선한 비핵화 견인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북 제재 해제라는 건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전제로 하는 건데 대북 제재 해제나 완화를 해줬을 때 북한이 만약에 약속을 어기데 되면 다시 제재를 복원한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스냅백이라는 건 결과적으로 선 대북 제재나 완화를 염두에 둔 말이기 때문에 지금 사실 북한이 원하는 거죠.”
반면 윤석열 후보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경제지원과 협력 사업을 가동하고 비핵화 이후를 대비한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윤 후보는 한국이 북한 문제의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남북간 소통을 높여나가고 판문점에 미국과 남북한 3자 간 상설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지난 9월 외교·안보 공약 발표 기자회견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윤석열 후보] “주변국 공조를 강화해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간 소통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판문점에 남-북-미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윤 후보는 이와 함께 고도화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응해 미-한 확장억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B-52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전개하기 위한 협의 절차를 마련해 미-한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제재는 유지해야 된다는 거죠.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 제재 완화를 해주면서 다음 단계 비핵화를 견인해 나간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윤 후보는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국제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윤 후보의 정책기조는 미-한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는 북 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사이에 보였던 차이점을 놓고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돈독한 관계를 지금 유지는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 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차이점도 있는 것이고 (이재명 후보는) 그런 차이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미-중 경쟁구도와 관련한 외교정책에서도 두 후보의 정책기조는 결이 다릅니다.
이재명 후보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고 미-중이 한국과의 협력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게 유능한 외교”라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내세웠습니다.
윤 후보는 “미-한 포괄적전략동맹을 통해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동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에도 워킹그룹에 이어 추후 정식 멤버로 참여하는 점진적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고리로 대중 견제망을 구축 중인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상호존중’, ‘정경분리’, ‘공동이익’의 원칙에 따라 재정립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여전히 미-중 양국 경쟁에서 미국 쪽에 기울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중국 견제에 동참할 듯한 정책은 아니다, 그렇게 보면 기존 정부가 가져왔던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균형 이런 기조는 계속 큰 틀에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두 후보는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선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근거를 상실하게 만든다거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