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디지털 정보 차단 강화로 많은 대학생들 퇴학 등 처벌"

북한 주민들이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보급되면서 외부 정보와 문화에 귀기울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한국이나 미국의 영상과 음악 등을 접한 대학생 등 젊은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10일 서울에서 세계인권선언 73주년 기념행사로 ‘북한 디지털 인권 보고서’ 발간 기념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 증언자로 나온 탈북민 김건일씨는 북한 내 디지털 기기들의 보급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외부 정보를 접하려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에서 2010년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때 국가과학원에 근무했던 과학도로, 지난 2017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김 씨는 2011년쯤 이미 북한 대학생들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를, 2013년쯤엔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노트북 또는 태블릿 PC를 가지게 됐고 USB나 SD 카드를 통한 한국과 미국의 콘텐츠 유입을 차단하려는 북한 당국의 처벌 기준이 새로운 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대학생 등 젊은층들에게 특히 엄격하게 적용됐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장비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은 자신이 속한 청년 동맹이나 당 기관, 보위부 등으로부터 승인번호를 받아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건일씨] “디지털 장비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많아 지면서 영상 볼 확률도많이 높아지다 보니까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 뒤에 이름, 소속, 몇 학년인지 이런 신원정보를 써야 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 당국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외부 정보를 접하는 혐의를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해 임의로 가택 수색을 하고 해당 기기를 몰수하고 처벌하는 일들이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건일씨] “마녀사냥이라고 할 정도로 그 한 사람이 잡히면 누구한테서 이것을 받았는지 까지 계속해서 줄줄이 고리형식으로 캐고 들어가는데 그렇게 해서 많은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 못하고 퇴학을 당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김 씨는 다만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친척이 있다거나 부모가 돈이 많은 학생들은 걸리더라도 퇴학이나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어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뒷배가 없으면 외국 영화도 볼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이 퍼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북한 디지털 인권 보고서’는 북한의 디지털 정책이 국가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기술 정책보다는 자국민을 감시하는 기술 개발에 치중된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의 단속 전문 검열단이 허가받지 않은 외부 파일의 유통을 막고 이전에 사용했던 외부 미디어들의 흔적까지 찾아내기 위해 한국의 파일 복구 프로그램인 ‘컴백’(ComBack)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한국 등 외부로부터의 미디어 콘텐츠 유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적발된 경우라도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판결할 수 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또 다른 탈북민 노희창씨는 북한에서 국가 인터넷망이 설치되기 시작한 게 2012년초였지만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극히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당 행정부 대외건설지도국 소속 기관 당비서였던 노씨는 당에서 높은 지위에 있었던 자신도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했다며 대외건설지도국에선 국장 한 사람만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씨는 북한 행정부서 내에서 외교 채널을 이용해야 하는 특정 부서들과 보위부 등록 절차를 밟은 극소수의 교역일군들 등 극소수만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외국인도 대사관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선 외부 정보에 개방된 인터넷 대신 내부정보만 공유할 수 있는 인트라넷망인 ‘광명망’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광명망은 당국의 철저한 감시 아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노희창씨는 북한당국이 인터넷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이를 통해 최고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희창씨] “북한은 항상 수령에 대해서 할 때는 정말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이게 인터넷 상에서 김정은 출신의 비밀이 알려지게 되면 사람들이 배신감이 생겨날 것이고 그런 경우 권력기관도 그렇고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되면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사이버보안 리서치업체인 컴페리테크(Comparitech)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세계 175개국 중 정보 검열도가 가장 높고 미디어 환경이 제한적인 국가로 꼽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