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도를 개편한 후 실시한 첫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국 후보들이 1석을 제외하고 모두 휩쓸며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슬람권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공동기금을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구금된 언론인이 지난해보다 20%나 급증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홍콩으로 가봅니다. 주말에 홍콩에서 선거가 있었군요?
기자) 네. 다른 나라의 의회격인 입법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19일 실시됐습니다.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는 지난 3월, 중국 당국이 홍콩의 선거제도를 개편한 후 치른 첫 번째 선거여서 더 관심을 모았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전체 90석 가운데 단 1석을 제외한 89석을 친중국 후보들이 싹쓸이하며 압승을 거뒀는데요.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입니다.
진행자) 왜 그런 거죠?
기자)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이른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 되어야 한다면서 선거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홍콩 입법회 의석수는 종전의 70석에서 90석으로 늘었지만, 주민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의석수는 35석에서 20석으로 크게 줄었고요. 또, 정부 관리들로 꾸려진 후보 자격심사위원회를 강화해 입후보 자격에 제한을 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나머지 70석은 어떻게 채워지는 겁니까?
기자) 간접선거 방식으로, 직능기관과 단체가 30명, 선거인단이 40명을 선출하는데요. 직능기관과 단체, 선거인단에 친중국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친중국 후보들이 의석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 민주 진영에서는 어떤 후보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범민주 진영에서는 아무도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153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요. 140여 명이 친중 진영 후보였고요. 중도 성향 의원이 10여 명, 그리고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범민주 진영 인사들은 단 1명도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민주 진영이 후보를 내세우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개편된 선거제도에 따른 첫 번째 관문인 자격심사를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민주 진영의 주요 인사들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후 해외로 망명했거나 체포돼 기소 또는 실형을 살고 있어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선거 투표율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약 30%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직전 입법회 선거였던 2016년 선거 때보다 절반가량이나 줄어든 거고요. 지난 1997년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래 치른 역대 입법회 선거 중 최저 투표율로, 이번 선거에 대한 홍콩 주민들의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그전에 가장 저조했던 투표율은 언제였습니까?
기자) 2000년으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처음 치러진 선거였는데요. 당시 투표율은 44% 정도였습니다. 한편 이날(19일) 홍콩 곳곳에는 약 1만2천 명의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친중 인사가 아니면서 당선된 후보는 누군지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지난 2015년, 야당인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 중도 성향의 ‘제3의 당’을 창당한 틱치연 후보입니다. 틱치연 후보는 앞서 중국 관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온건하고 이성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 정부는 선거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20일) 기자회견에서, 비록 투표율은 낮지만 135만 명이 투표하러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표율이 저조하다고 해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권자 등록률은 92.5%로 2012년, 2016년 선거보다 훨씬 높았다면서, 유권자들이 투표 당일, 투표에 참여할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의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반응도 볼까요?
기자) 네.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은 이번 선거는 홍콩의 특색을 가진 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실천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날 홍콩에 관한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의 백서입니까?
기자) 네. 총 57쪽으로 ‘일국양제 아래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제목의 백서인데요. 중국은 이 백서에서,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홍콩의 안전을 지키고, 선거제도를 개편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의 원칙을 실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홍콩의 민주주의 제도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홍콩 선거에 대해 국제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홍콩의 선거제도에서 민주주의적 요소들이 잠식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슬람권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돕기 위해 나섰다고요?
기자) 네.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가 19일,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공동기금을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원국들은 이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긴급회의를 한 후,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8월 아프간 무장 정파 탈레반이 재장악한 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거의 끊기면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는데요.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있고, 특히 100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아사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향후 자금 관리와 전달은 어떻게 하게 됩니까?
기자) 네. 이슬람개발은행(IDB) 산하에 아프간 지원 기금을 설치하고요. 국제협력기구 단체들과 공조해서 구호자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건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OIC 57개 회원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대표들도 참석해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적 재앙을 막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 측도 참석했습니까?
기자) 네. 탈레반에서는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이 참석했습니다.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정치적 포용을 확대하고, 여성 등 인권 증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타키 대행은 또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동결된 자금을 풀어줄 것을 거듭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왜 아프가니스탄 자금을 동결하고 있는 거죠?
기자)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탈레반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아닌 자금은 동결 조처하고 탈레반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진행자) 동결 자금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약 95억 달러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부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예치돼 있습니다.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은 서방의 자금 동결로, 건강, 교육, 사회복지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아프간 국민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탈레반의 주장에 대해 이슬람권 국가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이번 회의를 주재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즉시 동결 자금을 해제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회의에는 토마스 웨스트 미국 아프간 특사가 참석했는데요. 웨스트 특사는 인도주의적 기금 설치와 OIC 특사 임명 등 중요한 결과를 도출한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탈레반과 인권, 테러리즘, 교육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외교적 접촉을 계속할 것이며, 아프간 국민은 언제나 미국 정부가 고려하는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최근 ‘2021년 언론인 탄압 통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부당하게 구금된 언론인이 지난해보다 2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숫자상으로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이달 1일 기준, 언론 활동을 하다 구금된 언론인, 또는 언론계 종사자들은 총 488명입니다. 이는 1995년, 국경없는기자회가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한 후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진행자) 그 가운데 여성 언론인은 얼마나 되나요?
기자) 60명입니다. 이 역시 국경없는기자회가 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건데요. 전 세계적으로 언론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체포 등의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언론 활동을 하다 살해된 언론인도 있습니까?
기자) 네. 46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는 지난 20년 새 가장 적은 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구금되는 언론인은 증가하는 반면, 살해되는 언론인은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국경없는기자회는 시리아, 예맨, 이라크 등 위험한 전선에서 갈등이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특별히 올해 구금된 언론인이 급증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중국, 아프가니스탄, 멕시코 등 전통적으로 언론 환경이 안전하지 않은 나라 외에, 정국이 불안정한 벨라루스와 미얀마에서 구금된 언론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국가별로는 어느 나라가 언론인들을 가장 많이 구금하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입니다. 중국은 5년째 언론인을 가장 많이 구금하고 있는 나라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올해도 중국은 최소한 127명의 언론인을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19명은 여성 언론인들입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구금된 언론인 가운데 특별히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언론인이 있다고요?
기자) 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 중국의 코로나 상황을 외부 세계에 알렸다는 이유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변호사 출신의 시민기자, 장잔 씨입니다. 장잔 씨는 당국의 처사에 맞서 단식 투쟁을 하기도 했는데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잔 씨는 지난달,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상을 수상했는데요. 미국 국무부는 장잔 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벨라루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벨라루스에서는 여성 언론인 17명을 포함해 적어도 32명의 언론인이 구금돼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2명이 가장 먼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벨라루스 TV ‘벨사트’ 기자 다리아 슐초바 씨와 카테리나 안드레예바 씨로, 이들은 불법 집회를 생방송으로 중계한 혐의에 대해 2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는 올해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 정부를 전복시켰는데요. 이후 적어도 53명이 구금돼 있습니다. 이 밖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올해 3명의 여성 기자가 살해되는 등 여전히 기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데요. 특히 지난 8월 탈레반 정권이 집권하면서 여성 언론인의 30%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났거나 떠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