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평화 제도화 노력"...북한 전원회의서 대외 메시지 안 내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제도화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연말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론에서 향후 대외정책을 공개하지 않아 종전선언 등 대화 재개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2022 신년사’에서 “아직 미완의 상태인 한반도 평화를 지속 가능한 평화로 제도화하는 노력을 임기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의 제도화’라는 표현이 사실상 종전선언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지금은 남과 북의 의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다시 대화하고 협력한다면 국제사회도 호응할 것입니다. 정부는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이 어느 때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한국이 주도한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에 의해 지금의 평화가 어렵게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의를 끝까지 시도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대북 제의는 비공개로 해서 별도로 할 수 있죠. 노력은 임기 말까지 계속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선 북한의 반응이 지금은 유보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계속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연말 닷새간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론을 1일 전하면서 대외관계에 대해선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1일 한국의 서울역 이용객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전술적 방향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종전선언과 대북 인도적 협력 등을 고리로 한 미국과 한국의 대화 손짓에 또 다시 침묵을 이어간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대남 정책 논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종전선언 등을 계기로 한 대화 재개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 말씀도 그렇고, 지난번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북측으로부터 긍정적 메시지가 오지 않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서도 새로운 남북관계 개선 논의는 새 정부와 하지 문재인 정부와 깊이 있게 관여하진 않을 생각인 것 같아요.”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서 북한은 일련의 신속한,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좀 더 구체적인 반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당 전원회의 결론에서 대외메시지는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비상방역을 최우선 국가사업으로 설정하면서 농민 부채 탕감, 식생활 향상 등 경제와 농업 분야 사업 계획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통일부는 당 전원회의 결론에 대외 메시지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동적인 국제정세 하에서 상황에 따른 대처 방침을 수립하고 주요 계기 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결국 한국 대선도 중요한 이슈이고 내부적으론 코로나19가 지속되면 북한체제로선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체제이다 보니까 이 두 가지 요소로 인해서 지금 미리 방향을 밝히기 보다는 대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 내부적으로 토의가 있었다고 하니까 그런 각종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점검했을 것으로 보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그리고 미-한 연합훈련 등 상황들을 주시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행동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4월에 김일성 110세 생일이 있고 북한 군 창건 90주년 둘 다 꺾어지는 해잖아요. 그리고 3월에 연합훈련 할 것이고요. 그러면 4월로 넘어가고 한국의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할 때 즈음이면 북한이 도발을 하죠. 그게 북한의 정상적 루트인데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걸려 있기 때문에 그게 여전히 변수로 작동하긴 하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전원회의 결론을 면밀히 보면 북한이 성공을 강조한 건설과 농업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송신·송화 지구 1만 세대나 검덕지구 살림집 등 주요 건설사업의 완공 소식이 없다는 겁니다.

조 박사는 북한의 내부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그런 가운데 대외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은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조건부 대화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이번 전원회의 결론에서 ‘자력갱생’이라는 말이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점을 주목했습니다.

자력갱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와 2021년 신년사를 대체한 2020년 전원회의 결론에서 연이어 강조된 바 있습니다.

신 센터장은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이 반영된, 김정은 체제가 위축됐음을 드러낸 현상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외정책 측면에선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전원회의 결론에서 자체 계획에 따른 국가방위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핵과 전략무기가 언급되지 않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