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출범하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북한 문제에서부터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엄중한 대외여건에 처해있습니다. 촘촘히 얽힌 현안 속에서 미한동맹과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새 정부의 주요 과제인데요. 어떤 외교·안보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대외 현안은 만만치 않습니다.
지속되는 미중 갈등, 국제사회의 ‘뇌관’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긴장이 고조되는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기 정부가 안게 될 최대 난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입니다.
현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남북, 미북 정상외교를 성사시켰지만 비핵화와 대북 관계 개선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습니다.
특히 2019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바이든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올해 들어 9차례에 걸쳐 무력시위를 벌이고, 2018년 4월 스스로 중단을 선언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수준의 도발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새 정부는 2017년 11월 말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 이후 최대의 ‘위협’을 다뤄야 합니다.
이럴 경우 당장 대북관여 방안보다는 동맹인 미국과 함께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에 따른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 재개 여부가 새 정부가 결정해야 할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한 연합훈련은 2018년 북한과 핵 협상 이후 대부분 축소됐습니다.
특히 대규모 기동훈련은 대북 외교 모색과 코로나 확산 등을 이유로 몇 년째 실시되지 않고 있는데, 대북 준비태세 유지를 위해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 정책’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거 운동 기간 쟁점이 되기도 했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추가 배치 문제도 다시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 측은 북한 미사일이 진화하는 상황에서 다층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선 한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데다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이 ‘경제 보복’과 함께 강력하게 반발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미한일 군사동맹’ 등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사드 3불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접근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며 집권할 경우 재고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어 정책 변경 여부가 주목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에서 윤석열 정부가 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도 워싱턴에서는 큰 관심의 대상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갈등이 무역 등 경제 문제를 넘어 안보와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 영역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의 참여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미한동맹을 역내 안보를 넘어서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현대화하는 데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인도태평양 협의체 ‘쿼드’에 대한 한국의 참여 범위가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를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밝혔지만, 워싱턴에서는 한국의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임스 줌왈트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환영할 것이라며, 한국이 쿼드 합동군사훈련에 참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녹취: 줌왈트 전 부차관보] “I'm sure the Biden administration would welcome if South Korea decided for example, to join some military exercises performed by Quad members so there are steps short of joining the Quad that are still possible to show South Korea's interest in working with other like- minded democracies to promote peace and security in the region.”
“쿼드 가입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한국이 역내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해 마음이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데 관심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도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기존 약속을 구체화해야 할 외교 안보 현안입니다.
지난해 5월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국은 정상 차원에서 처음으로 ‘타이완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미루는 동안 일본 자위대와 미군은 이미 타이완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일미군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작전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악화했던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큰 숙제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한일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등 얽힌 현안이 적지 않아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이와 더불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한국이 국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현 정부는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일본과 타이완 등 역내 다른 미국 동맹보다 뒤늦게 참여했습니다.
쥼월트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대외 현안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이 문제가 미한 현안에서도 주요 당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방문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의 새 대통령과의 첫 만남은 광범위한 현안에 대한 양측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첫 기회가 될 것이라고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 미국대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슨 전 대사] “We are just beginning of what I think is a much changed geopolitical situation in the world. And they'll talk about that. They should talk about that. the intensifying great power competition, including not only Russia, but China…”
“국제 지정학적 정세에 많은 변화가 시작되는 상황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사안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티븐슨 전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 간 심화하는 경쟁을 비롯해 미한동맹 현안, 대북 접근,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에서 협력할 수 있는 사안 등 양측이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