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성 개발 수준이 매우 낮고 앞으로 노력해도 기초적인 상업 위성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스콧 페이스 전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이 평가했습니다. 페이스 전 사무총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은 북한의 경제적 우선순위 왜곡의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페이스 전 사무총장은 또 북한이 현재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조지워싱턴대학교의 ‘우주 정책 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는 페이스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산하 국가우주위원회의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페이스 전 사무총장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페이스 박사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5년내 ‘정찰위성 다량 배치’를 선언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위성 개발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페이스 전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 북한은 위성을 많이 띄우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처음으로 발사를 시도한 정찰위성은 ‘회전하는 화상카메라’(Tumbling Webcam)라고 불렸습니다. 정교하지도 않고 잘 제어도 안된다는 뜻이었죠.
기자)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항공우주 사진 활용 방법, 고분해능촬영장비들의 동작 특성과 화상자료 전송계통의 믿음성을 확증한 데 대해 크게 만족했다’고 보도했죠. 앞으로 북한이 정찰위성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해야 할까요?
페이스 전 사무총장) 북한이 향후 궤도에 올릴 위성이 쓸모가 있으려면 북한이 스스로 언급한 모든 핵심 기술들을 개발해야 합니다. 적절한 카메라 시스템, 위성 본체(platform)의 안정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카메라를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하고 데이터를 지상으로 송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발사, 안정화, 원격측정 링크(telemetry link) 등을 모두 북한이 실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마도 데이터 송신을 직접 북한으로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리적 범위를 벗어나 비행할 경우 정보를 보관했다가 북한 근처로 왔을 때 송신하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북한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송신하는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정찰위성 시험을 명목으로 탄도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까?
페이스 전 사무총장) 북한이 준궤도 발사를 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궤도 진입 발사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 돈, 자원을 쓰고 싶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훨씬 짧은 사거리를 활용하는 것은 부담이 덜하죠. 미국에서 ‘코로나’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첫 정찰위성들은 적절한 사진을 전송하기까지 무려 13번의 실패를 했습니다. 미국은 그러한 여력이 있지만 북한은 위성을 궤도까지 진입시키는데 필요한 자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기술 개발과 시연을 위해 덜 비싼 로켓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과 비슷한 실험을 여러 차례 한 뒤 기저 기술을 성숙시켰다고 생각했을 때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실험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태양동기극궤도에 군사 위성을 올리는 것이 맞습니까?
페이스 전 사무총장) 북한이 태양동기극궤도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unusual)이고 이상(odd) 합니다. 태양동기극궤도는 주로 환경 위성에 사용됩니다. 군사 위성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매우 특수적인 경우입니다. 태양동기극궤도를 도는 위성은 지구상 물체를 매일 같은 시각에 관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탑이나 건물을 새롭게 세울 경우 그림자가 달리 관측되는 것이죠. 매우 특수한 경우이죠. 하지만 움직이는 군사 정보, 즉 함대나 비행기를 관찰한다면 태양동기극궤도에 있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위성 사진은 벌써 상업적으로 제공됩니다. 따라서 왜 태양동기극궤도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또 태양동기극궤도는 위성들로 꽉 차있습니다. 따라서 위성을 올려 놓을 때 다른 위성과 부딪치지 않도록 해야 하죠. 북한은 우주 상황 인식(space situational awareness) 능력을 보유한 나라로 꼽히지 않습니다. 과거에 북한은 자국 위성이 실제로 궤도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죠. 북한이 우주 공간을 관찰하는 능력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위성 발사 실험을 하면 다른 나라들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저는 우려합니다.
기자) 상업 위성들이 세계 대부분 지역의 사진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북한이 독자적으로 군사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것이 경제 논리에 맞다고 보십니까?
페이스 전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화적, 경제적 목적이라면 이미 위성사진을 상업적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데 (제재로 인해) 제한이 있어서 북한은 상업적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도 있죠. 따라서 북한은 경제 제재의 여파로 독자 개발에 나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전시 상황이라면 북한이 상업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군사적 목적을 위해 북한이 스스로 능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고 결정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찰위성 개발은 매우 자금이 많이 들어가죠. 북한은 정찰위성이나 위성이 찍은 사진을 팔 수도 없습니다. 이미 더 좋은 수준의 값싼 자료가 상업 시장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게 있어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은 북한의 경제적 우선순위 왜곡의 또 다른 예입니다.
기자)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에 나선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을 위한 연막 작전일까요?
페이스 전 사무총장) 정찰위성 개발과 ICBM 개발 둘 다 사실일 수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ICBM 기술만을 개발하고 싶고 변명이 필요하다면 더 많은 궤도 진입 시도를 할 것이고 더 긴 사거리를 시험할 것입니다. 둘 다 사실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은 위성을 개발하고 있을 수 있고, 위성 체계 개발이 더 어렵고 오래 걸리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로켓 기술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은 이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은 우주 프로그램 없이 우주 발사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럴듯한 정상적인 우주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은 ICBM 능력 뿐이죠. 따라서 북한이 평화적인 과학적 위성을 만들고 있다고 나에게 말한다면 나는 믿지 않을 것입니다. 정찰위성 개발은 내가 믿을 수 있는 경계선에 있습니다. 잠재적으로 믿을 수도 있습니다. 주된 목적이 ICBM 개발일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하지만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흥미로운 질문은 그들이 위성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위성을 우주로 띄워서 사진을 송신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위성을 다시 불러서 탑재체를 통제 가능한 방법으로 회수하는 것은 ICBM 기술을 진전시키는 것이죠. 대기권 재진입은 위성 발사보다 더 어려운 기술입니다. 북한이 통제 가능한 방법으로 재진입과 회수를 한다면 북한의 ICBM 기술의 새로운 단계를 나타낼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감안했을 때 정찰위성 체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페이스 전 사무총장)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한 광학위성(optical satellite)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플래닛 랩스와 같은 상업 위성 회사들은 ‘신발 상자’ 같은 크기의 위성을 대량생산 합니다. 물론 우리는 선진 부품들이 있어서 개발이 더 쉽죠. 북한은 부품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상의 저해상도 사진을 찍는 광학위성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십m 급 해상도를 갖춘 기본적 능력은 북한이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이상은 더 비싸고 더 어렵습니다. 북한이 다른 어떤 나라 수준에도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기초적인 능력은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 청취자들에게 전하실 말이 있으신가요?
페이스 전 사무총장) 북한 청취자들을 감안할 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 진실로 경제 개발을 하고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면 상업적, 국제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북한의 농업, 재난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위성 능력, ICBM에도 사용될 수 있는 독자적인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은 자원이 많이 들어가고 누구에게도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일정 부분 국가적 자존심은 될 수 있겠지만 우선순위가 매우 잘못된 경우입니다.
지금까지 백악관 산하 국가우주위원회의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스콧 페이스 박사로부터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계획의 기술적 특성과 정치적 함의에 대해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