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군 당국은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시험을 위한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4년 전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움직임도 포착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시기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미-한 정보당국은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한은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초반 신형 ICBM 추가 시험 발사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인 징후를 포착하고 정밀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당국은 날씨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북한이 당장이라도 ICBM을 쏘아 올릴 태세로 발사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리벳 조인트’가 한국 서해와 수도권 일대, 강원도 상공에서 비행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또 주한 미 공군이 운용하는, 대북감청 임무에 특화된 정찰기 ‘가드레일'도 이날 오전 출격해 서해와 수도권, 강원도 상공 등지를 비행했습니다.
미-한은 북한이 앞서 신형 ICBM을 두 차례 발사한 장소인 평양 등을 중심으로 미사일 동향을 정밀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 분위기가 매우 예민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최근 단거리 미사일 같은 저강도 도발과, 핵실험과 ICBM시험 발사 같은 전략 도발 사이의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중거리 미사일 SLBM 발사 혹은 ICBM 엔진을 활용한 로켓 발사,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이런 것들을 회색 지대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데 따라서 ICBM급 엔진을 활용한 인공위성 발사는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요.”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평양 인근 순안비행장에서 신형 ICBM, ‘화성-17형’의 성능 시험을 위한 시험발사를 감행했습니다.
당초 미-한 당국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와 고도 등 제원을 근거로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평가했다가 이후 정밀 분석을 통해 화성-17형의 동체를 이용한 성능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공개했습니다.
미국은 추가적인 독자제재까지 나서며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말라는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서해 위성 발사장 등을 시찰한 행보는 정찰위성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며 북한이 실제 ‘화성-17형’에 실어 정찰위성을 쏘고 나서도 이를 신형 ICBM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핵 무력 강화와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으로 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반응을 역이용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분명히 쏠 겁니다. 쏘고 나서 ICBM은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을 하겠죠. 그럼에도 한미가 또 국제사회가 이것을 ICBM으로 규정하고 모라토리엄 파기라고 선언하면서 제재를 추가 부과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북한은 자신들은 모라토리엄 파기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국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그럼 파기된거다 그렇게 얘기하겠죠.”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전략경쟁 격화 속에서 북한은 ICBM을 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는 이뤼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핵 실험과 ICBM 시험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깨는 도발을 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놓고 신 냉전적인 갈등 구도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윤석열 당선인 같은 경우엔 한-미 간 대북공조는 더욱 더 긴밀하게 잘 이뤄질 것 같아요. 다만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서 신냉전 기류까지도 흐르고 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 국제공조가 얼마나 잘 될 것인가는 물음표라고 볼 수 있고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독자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국제사회를 끌고 가려 할 가능성은 있는 거죠.”
한국 군 당국은 또 북한이 지난 2018년 스스로 폭파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중 일부를 복구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2018년 당시 2번과 3번, 4번 갱도를 폭파했습니다. 1번 갱도는 폭파하지 않았는데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많이 무너져 이미 없앴다는 게 북한측의 설명이었습니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은 1번 갱도에서, 2차에서 6차 실험은 2번 갱도에서 실시됐습니다.
따라서 복구하고 있는 갱도는 3번과 4번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1번과 2번 갱도는 당장 복구가 어렵지만 3, 4번 갱도는 다시 보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이미 6차례 핵 실험을 한 만큼 조기에 추가 핵실험을 해야 할 기술적 수요가 크진 않다며 또 하나의 대형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지금은 땅을 굴착해서 갱도를 복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보여지는 데 결국은 풍계리에서 이런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게 되는 거죠. 북한의 핵 실험 문제는 지금 당장 한다는 것은 아니고 북한이 도발의 또 하나의 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게 맞는 얘기겠죠.”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수년간 집중적으로 실험했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장착용의 전술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