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 독재자'와 '완전 폭력배'로 호칭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기념 의회 연례 오찬에서 "푸틴은 살인 독재자(murderous dictator)이자 완전 폭력배(pure thug)로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부도덕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연설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미국과 아일랜드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며 협력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성 패트릭의 날'은 아일랜드의 국경일이고, 미국에서도 기념하고 있습니다.
전날(16일)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 "푸틴은 전범"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그는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전범'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해당 발언에 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은 자명하다"면서, "진심에서 말한 것이고, 우리가 TV를 통해 본 것을 토대로 얘기한 것"이라고 이날(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이어 독재자(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만적이고 끔찍한 행위가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해 앗아가고 임신한 여성과 언론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사키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공식 지정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국무부에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고의로 민간인과 언론인을 겨냥해 공격했는지 조사 중이라면서, 고의라면 전쟁범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이날(16일) 방송된 NPR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 언론인 두 명이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 중 잇달아 피격 사망한 바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주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은 전쟁범죄라면서 조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부통령 '전쟁범죄' 조사 지지...러시아-우크라이나 장관급 회담 결렬지난 15일 미 상원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해당 결의안은 야당인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의원이 발의했고, 집권 민주당을 포함한 양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결의안에는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결정을 지지하는 동시에 푸틴 대통령의 전쟁범죄 관련성을 조사하는 것을 지지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크렘린궁 격앙
16일 러시아 측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범'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수사"를 푸틴 대통령에게 사용한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야 말로 "폭탄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의 원수"라고 주장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15개 항목 정전합의에 근접했다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대해 "옳은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최고 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날(16일) 러시아에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임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제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미-중 정상 18일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주요 현안을 논의합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통해 이같은 일정을 발표하고 "미국과 중국 간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서, "양국 간 경쟁 관리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밖의 상호 관심사에 관해 두 정상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미-중 정상 간 소통이어서 주목됩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해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한 고위급 외교안보 회담에서 중국 측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러시아 4차 회담 중단...미 "중국에 '러시아 지원 우려' 제기"-'러시아 지원 시 대가' 경고 예정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 진행할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중국을 상대로 경고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우리는 대가를 적용하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내일(18일) 시 주석에게 분명히 할 것"이라고 블링컨 장관은 이날(17일) 브리핑에서 말했습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그들(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군사 장비를 직접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중국이 국제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그 대신 중국은 자국을 중립적인 중재자라고 하면서 침공을 비난하기를 거부하며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중 정상은 18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외에, 타이완과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두 정상의 마지막 직접 소통은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진행한 화상 회담입니다.
-'네번째 러시아 장성 사망' 발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2일째인 17일, 네번째 러시아군 장성이 전사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러시아군 올렉 미티아예프 소장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에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소장, 7일에는 비탈리 게라시모프 소장 사망 소식을 우크라이나 측이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보다 앞선 3일에는 안드레이 수호베츠키 소장 사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전 참가 임무를 받은 러시아 장성급은 약 20명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를 종합하면, 참전한 러시아 장성 가운데 5분의 1이 사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고위 지휘관들을 겨냥한 군사정보팀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러시아 레드라인 넘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간인 살상을 지속하는 러시아에 대해 "이미 모든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NBC뉴스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생화학무기 공격이 미군 참전을 유도하는 레드라인이 되겠냐'는 질문에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포격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레드라인을 모두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미 어린이 100명 이상을 살해했다"면서, "레드라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뭘 더 기다려야 하는가, 러시아군이 어린이 200명, 300명, 400명을 죽이도록 놔둬야 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어린이가 최소한 103명 살해됐다"면서 "어젯밤 러시아군이 자포리자의 민간 기반시설과 오데사 해안,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등을 포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16일) 러시아군에 포위당한 마리우폴 시내 극장에 폭격이 단행됐습니다. 극장 안에서는 민간인 수백명이 대피 중이었다고 지역 당국은 밝혔습니다.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14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극장 앞마당과 뒷마당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이라는 단어가 페인트로 써진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마리우폴 당국은 시민 다수가 폐허에 매몰됐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리우폴에서 또다시 끔찍한 전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마리우폴에서 극장 등을 폭격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3차 세계대전' 진입 우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6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 자체로 이미 3차 세계대전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는 대통령은 "그것(3차대전)이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함락될 경우 전쟁이 일어날(확전할)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면전이 언제 시작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80년전 2차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이런 것을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하지 않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려를 이해하냐'는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은 직접적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16일) 인터뷰에서, 러시아 대표단과의 정전 협상 진행 상황에 관해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양측 당국자들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납치됐던 멜리토폴 시장 구출
러시아군에 납치됐던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멜리토폴 시장이 무사히 구출됐습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16일 "이반 페도로우 멜리토폴 시장에 대한 특별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히고 "현재 안전하다. 방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페도로우 시장과 통화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 시장에게 목소리를 듣게 돼 기쁘다고 말했고, 페도로우 시장은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페도로우 시장은 지난 11일 괴한들에 납치됐습니다. 당시 촬영된 동영상엔 무장한 사람들이 페도로우 시장을 사무실에서 끌고 나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납치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12일),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승전'에 대한 자신감을 밝히고, 독일·프랑스 정상들과 통화에서 페도로우 시장 구출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젤렌스키 "러시아군 격퇴중, 승리 확신"...푸틴에 정상회담 제안멜리토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에 있는 도시입니다. 크름반도(크림반도)로 가는 철도 환승역이 있어, 현지인들이 '크름반도의 관문'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