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추진하는 안보리 신규 대북결의에 정제유 상한선 축소, 수출 전면 금지 등과 함께 제재 대상자 추가 지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대북 제재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새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에 대해선 중국 금융기관 제재 등 ‘압박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6일 VOA에,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결의가 채택된다면 ‘정제유 반입 추가 제한, 모든 수출 금지, 모든 학생 교류 금지’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까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미국대표로 활동했던 아놀드 연구원은 또한 전문가패널이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제재 위반 선박들에 대한 제재대상 지정도 새 대북 결의에 담겨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중국 측과의 불법 유류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전문가패널 최근 보고서가 지적한 ‘다이아몬드 8’호를 특정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아놀드 연구원은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2397호는 북한이 추가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상기했습니다.
[애론 아놀드 연구원] “First, UN resolution 2397 calls for additional reductions on the refined petroleum import cap, should DPRK conduct another ICBM or nuclear test. Second, DPRK continues to generate revenue through exports that are not covered under the relevant UNSCRs”
또한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서 제한하지 않은 수출을 통해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전문가패널이 제공한 제재 회피 활동에 대한 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말 채택한 대북결의 2397호를 통해 대북 원유 공급 상한을 연간 400만배럴, 정제유는 50만배럴로 축소했습니다.
이 결의의 28항에는 “북한이 핵실험 혹은 대륙간 사거리 역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등을 시험발사할 경우 중대 조치에 대한 결의를 표명하고 북한의 유류 수출에 추가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일명 ‘유류 제한 트리거 조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난달 24일 ICBM 발사 재개에 대응해 안보리 신규 결의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이 트리거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ICBM 시험 재개 다음 날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 ‘트리거 조항’을 거론하며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97, which we unanimously adopted, the Council decided we would take further action in the event of a DPRK ICBM launch…”
미국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 북핵 수석대표 회동을 통해서도 안보리 신규 대북 결의 추진 방침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대북 금융제재에 깊이 관여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 국장은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계속된 반발로 추가 제재 조치를 포함한 신규 결의 채택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 결의가 채택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there's not going to be a new resolution with new specific measures. Because China objects to it and likely Russia objects to it as well. If we get a resolution, it will be a minimal resolution. That includes some of the condemnation of the North Korea's actions…”
추가 제재 조치 없이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는 내용과 함께 제재 위반 북한 기관과 인사, 해외 기업 등에 대한 추가 지정을 포함하는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대북 압박 도구’를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 정제유 반입 상한, 석탄 수출 금지, 해외노동자 파견 금지 등 고강도 제재가 이미 마련됐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존 제재에 대한 더욱 광범위한 이행을 추진하고, 이런 제재 이행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제재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제재 이행을 더욱 옥죌 필요가 있는 부분으로 선박을 활용한 대북제재 회피, 국제 금융망을 통한 돈세탁, 해외 북한대표부의 제재 위반 활동, 해외노동자 고용 등 북한과 사업하는 해외 기업, 제재 위반 해외 금융기관,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협력 등을 제시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기존 유엔 결의와 미국 법률은 북한 등의 제재 위반을 처벌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미국 정부는 미국 금융망을 활용해 돈세탁에 관여하는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 등 미국법을 완전히 이행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Existing UN resolutions as well as US laws provide many authorities for penalizing North Korean and other violators. However, successive US administrations have pulled their punches on fully enforcing US laws, including against Chinese banks committing money laundering crimes in the US financial system.”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미국은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에 중국이 동참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은 안보리에서 북한의 ‘변호인’처럼 계속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북한에 더욱 많은 양보를 제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고 비핵화를 향한 조치에 대해 기꺼이 협상할 때만 ‘보상’에 대해 기꺼이 논의할 것”이라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결의 채택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앞서 VOA에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한 것을 거론하며, 러시아 입장에선 “자신을 지지하는 몇 안되는 국가 북한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 외교부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새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추진과 관련해 “현 정세 하에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압박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중국 측에 ‘북한과 미국 금융망 접근’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there's a simple way to do it. It was done at the end of the Brock Obama administration in 2016. And it was done in the beginning of the Donald Trump administration in 2017 and 2018. To say to China that they have to choose between North Korea or access to the US financial system…”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과 관련한 금융 지원을 계속한다면 미국의 금융망에 더이상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미국은 과거 2016년 바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반 이 같은 접근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접근을 모색할 수 있고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과거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더욱 협조적이었던 때와 그렇게 만들었던 일련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to look at the times of the past where China has been more cooperative, and what are the set of circumstances that have caused. I think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they were anxious that the United States or President Trump might do something that would trigger a conflict and therefore they are more cooperative.”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분쟁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 조치 가능성을 두려워했으며, 이 때문에 중국은 대북 압박에 더욱 협조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사드)의 한국 배치도 우려했다는 지적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협조적이었던 선례들이 있었다”면서, 다만 중국의 협조가 “북한을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하는 등 우리가 원했던 수준은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의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북한 정권의 안정을 저해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 일본이 동맹으로 남아 있고, 군사·정보·경제적 협력을 지속하며 북한이 3국의 분열이나 균열을 만들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리스 전 실장은 강조했습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대행은 현 미러, 미중 관계로 인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좀 더 현실적인 방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차관보대행] “It is hard to get a UNSC resolution now w/Russia and US - China troubles, but there should be UNSC condemnation. Very important to stick to UNSCRs now. I do not foresee new sanctions.”
북한 행동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규탄을 모색하고, 기존 유엔 대북 결의안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북한이 중국을 더욱 의존하고, 대화를 거부한 채 추가 실험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