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전문가 그리피스 측 “검찰 구형 부당…형량·벌금액 낮춰야”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제공: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최종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의 변호인이 검찰의 구형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다음 주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리피스 씨의 변호인은 6일 미 재판부에 서한을 보내 최근 검찰의 구형 형량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사건을 담당 중인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지난달 재판부에 제출한 ‘선고 제안서’에서 그리피스 씨에게 63개월에서 78개월 범위 내 실형과 100만 달러의 벌금을 구형한 바 있는데, 검찰의 주장에 다소 과한 면이 있다는 게 변호인 측의 주장입니다.

변호인은 검찰의 구형 중 벌금액인 100만 달러 부분을 특히 문제 삼았습니다.

미국 보호관찰소(Probation Office)가 63개월 형과 함께 제안한 2만5천 달러의 벌금액을 크게 상회한다는 겁니다.

특히 그리피스 씨가 이번 범죄를 통해 어떤 수익도 거두지 않았다는 점과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사건에서 벌금 부과가 흔치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재판부가 2만5천 달러의 벌금을 권고한 미국 보호관찰소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변호인은 검찰 측이 그리피스 씨를 북한에 암호화폐를 전수한 유일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북한은 과거 미국의 소니 영화사 해킹 범죄를 일으켰고 그리피스 씨의 방북 이전부터 랜섬웨어 범죄로 피해자들로부터 암호화폐를 가로채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그리피스 씨는 지난 2019년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가상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으며 약 2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지난해 9월 유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변호인은 지난달 재판부에 제출한 ‘선고 의견문’을 통해 그리피스 씨가 자신의 행동을 깊게 뉘우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24개월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그리피스 씨의 행위를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그리피스가 저지른 “위법행위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법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며 다른 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또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정권을 돕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변호인의 희망 형량보다 약 3배가 높은 63개월에서 78개월 범위 내 형량과 100만 달러를 구형했습니다.

또 그리피스 씨가 “적대적인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국의 제재 회피를 선택한 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는 북한이 자국민에게 만행을 저지르고 핵 역량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방북을 통해 제재 위반과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전수한 암호화폐 전문기술이 북한의 제재 회피 목적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 또한 미리 인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과 검찰의 의견문을 접수한 뉴욕남부 연방법원은 오는 12일 선고 공판을 통해 그리피스 씨의 최종 형량과 벌금액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