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북 결의 초안 입수..."정제유 공급량 축소, 손목시계·담배·아스팔트 거래 금지"

지난 2018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새 제재 결의안에 대북 원유와 정제유 공급 상한선을 절반으로 줄이고, 담배와 손목시계, 아스팔트 등 북한의 주요 수출입품을 규제하는 강도 높은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인과 기관, 선박 등 9건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모호했던 기존 규정들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포함했습니다. VOA가 입수한 제재 결의안 초안 내용을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이 작성한 새 제재 결의안 초안은 기존 유엔 대북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4일 VOA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각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와 정제유의 허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기존 제재 결의가 금지하지 않은 북한의 주요 수출입 품목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원유의 경우 현재 허용된 400만 배럴(52만5천t)을 200만 배럴 혹은 26만2천500t으로 줄이고, 정제유는 현재의 연간 공급 허용량인 50만 배럴을 25만 배럴(3만1천250t)로 축소하도록 했습니다.

또 모든 정제유 관련 제품, 이를테면 광물성 연료 제품과 증류 제품, 석유역청 물질 등이 포함된 국제상품분류체계 즉 ‘HS코드’ 27이 금수품으로 제안됐습니다.

HS코드 27로 시작하는 유류 제품에는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기존에 금지된 실제 연료 제품과 함께 북한이 지속해서 수입해 온 윤활유와 아스팔트의 재료인 석유역청 등 비유류 제품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 밖에 시계와 손목시계, 관련 부품이 포함된 HS코드 91 제품들도 금수조치 대상으로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채택된 마지막 대북 결의 2397호가 자신들의 주요 수출입 품목 상당수를 금지하자 제재 대상이 아닌 손목시계에 대한 수출을 크게 늘린 바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시계 부품을 들여와 다시 중국으로 완제품을 보내는 위탁생산(OEM) 형태의 수출을 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담배와 담배 부산물, 관련 물질 등을 포함하는 HS코드 24 제품을 대북 수출금지품목으로 추가했으며, 각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으로부터 정보통신(ICT) 기술 관련 서비스를 조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초안에 담았습니다.

아울러 북한 국적자 1명과 기관 3곳, 선박 5척을 자산 동결 대상, 즉 유엔의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내용도 명시했습니다.

제재 대상으로 제안된 북한 국적자는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김수일입니다.

초안은 그가 2019년 초를 기준으로 유엔이 금지한 북한산 무연탄과 티타늄 농축액의 수출을 담당하면서 북한 정권에 외화 수익을 안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밖에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에 관여한 ‘조선 남강무역회사’와 북한의 사이버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 그룹’, 북한 인민무력부 소속의 ‘해금강무역’이 제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중 해금강무역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회사와 지대공 미사일, P12 방공 레이더, 전차 개조 작업, 휴대용 방공체계 등이 연관된 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으며, 탄자니아의 회사와도 1천5만 유로에 달하는 군사 장비 수리 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북한 기술진을 현지에 파견했다고 초안은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2019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에 불법으로 유류를 운송한 선박 ‘신평 2’호와 ‘유니카’호, ‘은흥(비파인)’호, ‘본보이3’호, ‘다이아몬드8’호 등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기존 대북 결의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선박과 관련해선 기존 2321호와 2371호, 2375호 등에 적힌 문구를 “제재 선박의 등록 국가가 선적 등록을 취소하고, 대북제재위원회가 지정한 항구로 이동할 것을 명령하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이들 선박의 입항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으로 변경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제재 선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또 별도의 부속서를 통해선 미사일, 핵과 관련한 물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과거 모호했던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했습니다.

이를테면 미사일 관련 금지품에 40 MHz(메가헤르츠)를 넘는 디지털 신호 처리기와 해상도가 12비트 이상인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40톤 이상의 용량을 가진 유압 프레스 등 16개 제품 혹은 관련 기술이 이름을 올리는 식입니다.

또 핵 관련 물품에도 방사능 방지 장갑을 비롯해 175mm 미만의 부식 방지 재료로 제작된 저장탱크, 대용량 리튬 등 17개가 금지품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각종 불법 활동을 규탄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다른 유엔 회원국과 개인, 금융기관 등에 악의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유엔의 정보통신 체계에 허가받지 않고 접속한 점을 비난한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대화와 조사 내용 그리고 다른 안보리 이사국과 유엔 회원국, 유엔 사무국의 기밀 자료 등에 대한 접근을 즉시 중단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이번 초안은 전문(preambular paragraph) 7개 항과 본문 38개 항, 4개의 부속서로 구성됐으며, 양은 최근 결의인 2397호(11페이지)나 2375호(9페이지)보다 많은 14페이지에 달합니다.

현재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제재 결의안을 안보리 이사국들에 배포했으며 조만간 관련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례에 비춰볼 때 미국이 중국과 이 초안을 놓고 협의해 최종 문안을 만든 뒤 러시아와의 추가 협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초안에 담긴 결의 내용이 수정되거나 완화 혹은 보강될 수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2017년 9월 작성한 초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을 제재하는 내용을 포함했지만 이후 채택된 결의 2397호에는 이들의 이름이 빠졌습니다.

또 북한 노동자를 모두 되돌려 보내거나 북한의 원유와 정제유에 제한을 가하는 내용도 2017년 다수의 결의 초안에서 확인됐지만 가장 마지막 결의인 2397호에 가서야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협의 끝에 결의를 채택할 수 있었던 2016년과 2017년과 달리 이번엔 결의 채택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당시와 비교해 미·중, 미·러 관계가 순탄치 않고, 대북제재를 통한 문제 해법이라는 원칙에서도 중국, 러시아가 미국과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북한의 해산물과 의류 수출 금지 규정,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 폐지 등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까지 이 결의안의 통과를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