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를 보이고 있고 핵실험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의 신종 코로나 방역 지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이긴 하지만 미사일은 발사 징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핵실험도 준비는 다 끝났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 북한국장은 19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춘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정원 측은 “징후를 포착했고 준비는 거의 완료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핵실험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발사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 기종을 묻는 질문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습니다.
앞서 김태효 한국 국가안보실 제1차장도 18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 “주말까지 핵실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ICBM 발사 준비는 임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부터 24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21일 미-한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북한이 ICBM 발사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여 미-한 군 당국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군 최첨단 정찰기들을 한반도 동해에 출동시키고 있습니다.
실시간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주일 미군기지에서 동해로 이동하는 항적을 노출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군기지에서 출발한 ‘코브라볼’은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를 활용한,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에 특화된 정찰기입니다.
미-한 군 당국은 북한의 ICBM 등 전략적 도발에 대비해 다양한 미군 전략자산 전개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전략도발에 나선 적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북한이 ICBM 발사를 감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바이든 순방에 따라 지금 아시아태평양 해군 전력들도 총 비상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탄도탄 추적 및 감시하는 항공기가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봐선 미국이 지금 북한에 대한 빈틈없는 경계 감시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시기에 도발하게 되면 북한으로선 압박을 느낄 거에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들어 핵 무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전력질주하고 있는 북한이 무력 도발을 지속하겠지만 도발의 시기와 강도를 정하는 데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가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역 비상이 걸리면서 민생고가 더 심해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북한 지도부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순방에 맞춰 도발에 나선다면 효과 측면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대중 견제 성격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가 있는 일본 방문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쿼드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니까 한국에 온 것 보다 더 주목도가 높을 수 있고 더불어서 쿼드 회의 자체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편을 드는 모습도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거죠.”
한편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의 신종 코로나 상황에 대해선 5월 말∼6월 초께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국정원은 “백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이전까지는 ‘별로 효과가 없고 맞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5월 17일 '노동신문'이 ‘백신 접종도 코로나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도한 것을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의약품 지원에 대해 공식 응답은 없었는데 실질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대외에서 지원받는 우선순위는 중국이 1순위이고 그 다음에 국제기구이며, 미국과 한국은 제일 마지막일 것”이라며 “중국을 통해 일단 의약품을 지원받아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고, 중국과 외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 때문에 국가 자체 변란이 난다거나 체계가 흔들린다든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통제를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체제 속성 상 신종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해져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지원에만 의존해선 사태 해결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당국 차원의 통제는 가능할 거에요. 가능한 사회니까요. 그러면 지금처럼 발병 추이라든가 한시적으로라도 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것을 코로나 완치라든가 코로나 대응이라든가 성과로 포장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언젠가는 또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국정원은 “북한이 4월 말부터 코로나가 많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 이미 백일해, 홍역,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상당히 확산돼 있었고, 4월 말부터 열병식을 하면서 코로나까지 퍼진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이 발표하는 발열자 통계치 안에는 상당수의 코로나가 아닌 수인성 전염병 숫자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 원인에 대해 “중국과 기차 왕래가 됐었기 때문에 기차를 통해 많이 반입됐던 것 같다”며 “4.25열병식 때 군인뿐 아니라 전국에서 경축 대표들이 평양에 들어왔는데 전국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촉발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제일 많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발열자 관리 상황에 대해선 “발표된 수치의 발열자들을 100% 다 격리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수를 학교 등 별도 시설에 격리하고 온도가 떨어지면 풀어주고 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코로나 진단설비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열 체크하는 온도계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발열자 숫자를 이례적으로 매일 발표하는 것은 코로나가 너무 퍼져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한 민심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하면서, “외부에 대외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 통제 관리를 위해서 수치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방역 협력을 위한 한국 측 실무접촉 제안에 나흘째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경호 한국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에 출석해 “정부가 북한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며 “북한 쪽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원하는지, 그 방식을 좇아 전향적으로 지원할 자세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