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자포리자 주에서 자국 편입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러시아 주요 매체들이 8일 보도했습니다.
자포리자 내에 러시아 측이 수립한 행정기구를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주민들이 자포리자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이날 타스 통신에 밝히고, "올해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과정이 올 가을께 가능할 것으로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진행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측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미래 결정권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난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러시아군이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열어 찬성 우세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반대하는 주민들은 투표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점령 하에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모두 불법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크름반도 병합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포리자 주 거점 도시 중 하나인 멜리토폴의 이반 페도로우 시장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적들이 공공연하게 우리 도시와 다른 주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이어서 "그들은 지금 선전전을 벌이고 있지만, 결코 뜻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총구를 들이대도 투표할 사람들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덧붙엿습니다.
페도로우 시장은 전쟁 초기 러시아군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군에 납치됐던 멜리토폴 시장 풀려나■ 러시아, 자포리자 3분의 2 점령
자포리자 주는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포함한 중북부 권역에서 동부 돈바스를 오가는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주요 원자력 시설도 이곳에 있어서,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개전 직후부터 공세를 집중했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주 전체 면적의 3분의 2 가량을 점령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항전한 결과, 주도 자포리자 시는 여전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8일 러시아 매체들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지역 전체를 다 장악하지 못하더라도 국민투표 진행 관련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 국적 취득 절차 간소화
러시아는 이미 자포리자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남부 일대 주민들을 자국민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자포리자와 헤르손 거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후속 실무 작업을 관계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우크라이나 남부 주민 러시아 국적 취득 간소화...젤렌스키 "영토 탈환 안되면 협상 불가"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점령한 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을 거쳐,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러시아군은 돈바스 일대 점령지를 더 넓히기 위해 공세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선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를 투입해 방어하면서, 빼앗긴 지역 수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돈바스 전선 최전방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