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 주 전략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철수하라는 우크라이나 측 명령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통제권은 러시아군 쪽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는 24일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철군하라고 명령받았다"고 현지 방송에 밝히고 "몇달동안 타격받아 산산조각난 상태인 진지에 단순히 잔류를 목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루한시크 주에서 우크라이나가 마지막으로 통제하던 주요 도시여서, 병력을 철수하면 주 전체를 잃게 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세베로도네츠크 시내 아조트 화학공장을 유일한 거점 삼아 북쪽·동쪽·서쪽 등 삼면을 포위한 러시아 군에 맞서 저항해왔습니다.
도시 중심부를 함락한 러시아군은 지난 주 투항하라고 최후 통첩을 보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거부했었습니다.
같이 보기: 미국, 우크라이나에 첨단 로켓 등 10억 달러 규모 무기 추가 지원...러시아, 격전지 세베로도네츠크 최후통첩버텨 오던 우크라이나 측이 퇴각을 결정한 것은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같은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마리우폴 시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갇혀 장기간 저항했다가 병사들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정부가 투항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제철소에 있던 장병들은 러시아 측 통제 지역으로 속속 후송됐습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봉쇄돼 있다 항복한 아조프(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군 소속 '나치'는 모두 2천439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후송된 병력이 향후 러시아군과의 포로교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밝혔으나, 이들을 수용한 친러시아 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측은 재판에 회부할 방침을 공표했습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외국 출신 병사들에게 DPR 법정은 최근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참전 '외국 출신 병사' 3명 사형 선고..."엉터리 판결" 영국 정부 반발■ 우크라이나 국방부, 돈바스 전황 열세 인정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24일) 하이다이 주지사의 철수 발언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으나, 상황이 어려운 점은 시인했습니다.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포병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것이 그들의 인력과 장비 손실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러시아군의 '성공'을 명확히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 퇴각도 쉽지 않아
철수 명령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진입 교량 세 곳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는 방식의 퇴각보다는, 남쪽으로 크게 우회해 인근도시 리시찬스크에서 새 방어선을 구축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시찬스크의 상황도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 녹록치않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리시찬스크에서도 러시아군과 치열하게 교전하며 전진과 후퇴를 거듭해왔으나, 이곳 전세도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리시찬스크 인근 요충지를 러시아군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라고 이날(24일) 지역 당국자가 현지 매체에 밝혔습니다.
루한시크 주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도네츠크 주와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각각 수립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맞서왔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의 전면 침공 이전에, 루한시크 주에서 친러세력이 장악한 면적은 절반 정도였으나, 최근 전투에서 확장을 거듭해 주 전체를 사실상 영향권에 넣게 됐습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비롯한 북중부 공략에 실패하자, 지난 4월 '전쟁 2단계' 개시를 선언하고 병력을 빼내 재배치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지속' 확인...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2단계 시작"이후 '돈바스의 완전 해방'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세베로도네츠크를 비롯한 이 지역 요충지에서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그러고나서 약 2개월 만에 루한시크 주를 점령하는 가시적인 전과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시크와 도네츠크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의 8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남부 점령지 헤르손 주와 자포리자 주 일부, 그리고 돈바스를 거쳐 러시아로 연결되는 육상 지대 확보를 굳히는데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 미국, 4억 5천만 달러 추가 무기 지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4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23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공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면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추가 지원에는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 4기, 포탄 수만 발, 전술 차량 18대, 해안 경비 순찰선 18대 등이 포함됩니다.
이번 발표를 포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안보 지원 총액은 61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5일 10억 달러 규모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이 제공한 HIMARS가 현지에 도착했다고 23일 발표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EU 후보국' 확정..."미국산 HIMARS 도착, 러시아군에게 뜨거운 여름 될 것"HIMARS는 사거리가 최대 80km인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을 탑재해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장 상황에 최적화된 무기 체계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