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서 대형 트럭, 승합차 등 포착…한국 자산 무단 가동 일상화

개성공단 내 섬유회사가 모여 있는 사거리에서 발견된 대형 트럭(원 안). 10일 자 위성사진에서 발견됐다. 자료=Planet Labs

대형 트럭이 개성공단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공장 건물에선 승합차로 보이는 차량이 보이고 특정 건물에 버스 여러 대가 정기적으로 정차하는 등 북한이 한국 자산을 무단 가동하는 정황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북한 개성공단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고화질 위성사진에 대형 트럭이 포착됐습니다.

개성공단 내 섬유회사들이 모여 있는 사거리에서 발견됐는데, 남쪽으로 막 우회전을 한 듯 차체가 도로와 일직선을 이루기 직전 모습이 찍혔습니다.

적재함을 포함한 길이가 약 12m, 폭은 약 2m인 점으로 볼 때 18~25t 중량의 대형 화물 트럭으로 추정됩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위성사진을 통해 버스 운행과 공장 야적장의 변화 등 공단의 무단 가동 정황이 포착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형 트럭이 발견된 건 2017년 11월 이후 약 4년 8개월 만입니다.

당시 VOA는 한 공장에서 건물 내부로 통하는 대형 통로에 정차한 트럭을 포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다시 대형 트럭이 발견되면서 북한이 개성공단 내 물자를 반출하고 있다는 추정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한 공장 건물에 주차된 승합차 추정 차량. 자료=Planet Labs

개성공단의 한 건물에선 승합차로 보이는 차량도 새롭게 발견됐습니다.

개성공단 서쪽지대에 위치한 한 화학공장 부지에서 발견된 이 차량은 건물 쪽으로 차체를 바짝 붙인 상태입니다.

승합차가 해당 공장에 머무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폐쇄됐어야 할 한국 측 자산에 다른 종류의 북한 차량이 계속 드나들며 특정 건물에 주정차하는 양상이 주목됩니다.

이와는 별도로 개성공단의 남서쪽 지대 도로에서도 차량 1대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포착된 듯 위성사진에는 잔상이 함께 나타나 정확한 차종 파악은 불가능했습니다.

개성공단 한 공장 건물 앞에 10일 8대의 현대 에어로시티 버스가 정차해 있다. 자료=Planet Labs

VOA가 버스 여러 대가 지속적으로 정차한다고 지목한 공장건물에선 동일한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해당 건물 앞에서 현대 자동차의 에어로시티로 추정되는 버스 8대가 정차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공장에선 지난해 8월부터 버스 8~9대가 정기적으로 정차한 모습이 관측돼 북한이 버스를 이용해 근로자를 실어 나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에어로시티 버스에는 25명에서 50명(입석 시)까지 탑승할 수 있어 9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근로자는 최대 450명에 달합니다.

앞서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 통일부는 12일 북한이 개성공단의 남측 공장 일부를 무단 가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근로자가 남측 공장에 출근해 생산활동에 동원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북한 근로자가 남측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는 VOA의 앞선 보도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10일 자 위성사진과 지난해 사진(아래). A 구역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B 구역 차량은 통째로 이동했다. 자료=Planet Labs (위), 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아래)

한편, 이번 ‘플래닛 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에선 약 30대의 버스가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의 기존 주차 구역을 벗어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앞서 VOA는 개성공단 차고지에서 약 30대의 버스가 기존 주차 장소에서 사라지고, 10대가 새로운 주차 구역에 나타나 결과적으로 전체 버스의 숫자가 약 20대 줄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차고지 중심부 건물 주변 길가에 정차된 일부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주차구역에 있는 버스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기존에 이용하던 일부 버스와 별도로 주차구역에 있던 최소 30대의 버스까지 추가로 운용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과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되던 시절 북측 근로자 출퇴근 편의 제공을 위해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290여 대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중 30대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을 전후해 모습을 감췄고, 이번에 추가로 20대가 사라지면서 현재 위치파악이 가능한 한국 측 버스는 230~240대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