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선박이 잇따라 북한 남포에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해외 선박의 북한 입항이 금지된 상황에서 중국 선박이 북한 항구에 모습을 드러낸 배경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중국 선적의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장선푸6988’호라는 이름의 이 선박은 현지 시각 18일 오후 8시께 북한 서해에서 대동강으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잠시 위치를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선박의 종류는 화물선 혹은 유조선 여부가 불분명한 ‘기타’로 분류됐는데,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대신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만을 공개했습니다.
또 선박의 길이가 43m이고, 이전 출항지가 중국 허베이성 황화 항이라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추가 정보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VOA는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와 유엔의 선박 등록자료에 장선푸6988호라는 선박명과 MMSI 등을 조회했지만 ‘해당 선박을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을 확인했습니다.
비슷한 항적을 보인 중국 선박은 또 있습니다.
중국 선박 ‘순창78’호는 지난 15일 남포 일대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이 선박의 위치가 마지막으로 파악된 곳은 장선푸6988호 출현 지점보다 대동강 쪽으로 좀 더 들어간 곳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신호가 사라져 이후 어느 항구에 정박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타 선박’으로 분류된 장선푸6988호와 달리 순창78호는 화물선이었으며, 마린트래픽에 나타난 다음 목적지는 단둥이었습니다.
중국 선박이 사흘 간격을 두고 북한 항구 인근에서 연이어 포착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특히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화된 2020년 중순부터 다른 나라 깃발을 단 선박의 입항을 엄격히 통제해 왔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해외 선박의 북한 입항이 금지됐고, 이 때문에 선박을 이용한 북한의 무역이 급감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중국 선박 2척이 어떤 이유에서 북한 남포항을 찾았는지 의문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8년 이후 북한을 오가는 해외 선박은 급감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때때로 일부 선박이 해외 깃발을 달고 남포항 등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전문가패널에 의해 금수품을 운반했다는 지적을 받은 선박이었습니다.
이번 중국 선박 2척의 경우에도 직접 제재 품목을 북한으로 운송하거나, 석탄 등 제재 물품을 싣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항적이 포착된 것인지 주목됩니다.
아울러 북한 선박이 중국 선박으로 위장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MMSI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 제재 대상 선박을 다른 선박으로 둔갑하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한국 방문 후 차항지를 북한으로 신고한 뒤 대북제재 위반 핵심 선박으로 다시 태어나 논란이 된 ‘뉴콘크’호는 2020년 벨리즈 선적 ‘F.론라인’호의 MMSI를 이용해 운항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제재 선박이 중국 선박의 MMSI를 이용해 ‘위장 운항’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만약 문제의 선박이 중국 선박의 MMSI를 이용한 것이라면 마린트래픽 등 외부 추적 시스템은 이 선박을 정상적인 중국 선박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보고서에서 “선박의 등록국이 MMSI의 부정 사용이 의심되는 선박을 식별하고 조사할 수 있는 필수 도구를 보유할 것과 이에 대한 결과를 해양 당국 그리고 전문가패널과 공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