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서 곡물 수출 선박의 통행을 관리할 합동조정센터(JCC)가 27일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이스탄불에서 개관했습니다.
JCC가 이날 개관식을 통해 공식 업무를 개시한 가운데, 터키 국방부 측은 "이르면 며칠 내 수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터키 국방부는 곡물 수출 재개 이후, 연말까지 수출량이 적어도 2천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오데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에 묶여있는 곡물 물량은 2천만t 정도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곡물을 비롯한 주요 식료품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다시 진행되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고조된 글로벌 식량난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국제사회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산 물량을 합할 경우 총 5천만t 수출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현지 매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4자 합의 본격 이행
JCC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터키, 유엔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방안에 합의한 데 따라 세워진 조직입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유가 상한제 참가국 석유 공급 안해, 기름값 더 오를 것"...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합의문 서명곡물 수출 선박이 기뢰 해역을 피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로 입항하는 선박에 무기가 실려있는 지에 관한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하는 일도 책임지게 됩니다.
JCC가 이날(27일)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서 합의 이행을 위한 최대 고비도 넘긴 것으로 현지 언론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합의에 따라 지정된 남부 3개 항만에서 곡물 선적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 실천 '불발' 우려 고조
4자 간에 합의한 곡물 수출 재개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관해 최근 우려가 고조됐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일대 공격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군은 합의 이튿날인 23일, 오데사 항구를 미사일로 공격해 항만 시설을 파괴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오데사항 공격은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가, 24일 "오데사항의 우크라이나 경비정 등 군사 시설을 파괴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젤렌스키 정권 교체' 목표 시사...크렘린궁 "오데사 폭격, 곡물 수출 재개 영향 없을 것"이런 가운데, 26일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들을 공습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는 이날 "흑해에서 (러시아군이) 항공기를 이용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발표하고 "오데사 해변의 민간 건물 다수가 흑해 상에서 발사된 공대지 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불이 나고 1명이 다쳤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오데사에서 동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흑해 연안 도시 므콜라이우에서도 공습이 단행됐습니다.
시내 항만 시설이 공대지 미사일과 S-300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비탈리 김 므콜라이우 주지사는 "러시아가 순항 미사일 6발과 지대공 미사일을 12발을 쐈다"고 현지 방송에 밝히고 "이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사용이 중단된 철교 3곳과 다른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5일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합니다.
양국 관계 현안 외에,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관련 논의가 주요 의제에 포함된다고 터키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 러시아 "국제 우주정거장 탈퇴"
러시아가 오는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ISS) 프로젝트에서 탈퇴하고 독자적인 우주 정거장 건설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신임 사장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통해 "ISS에서 2024년 이후 탈퇴한다는 계획이 굳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2024년은 러시아가 자체 우주정거장(ROSS) 건설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으로, 2028년까진 ROSS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리소프 사장이 탈퇴 시점으로 제시한 2024년은 ISS 운용 계약 종료 시점입니다.
러시아는 ISS 운용 연장에 관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부과한 제재를 철회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최근 꾸준히 밝혀왔습니다.
이날(26일) 보리소프 사장의 보고를 들은 푸틴 대통령은 "좋다"며, ISS 탈퇴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 "ISS 미국이나 유럽에 추락" 위협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유럽 간의 대립이 고조되면서 러시아가 우주 분야 국제 협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다음날인 지난 2월 25일 "미국과 동맹국의 제재를 통해, 그동안 러시아가 수입한 첨단 기술 제품의 절반 이상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조치가 "러시아군 현대화에 타격을 주고, 우주 프로그램을 포함한 항공 우주 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SS 프로젝트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등 16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협력 사업입니다.
지난 1998년 11월 러시아가 ISS의 모듈인 '자랴(Zarya)'를 발사해 궤도에 자리잡았고, 2011년 부대 시설 등이 완공됐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ISS가 지구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 않고 궤도를 유지하게 하는 추진 제어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500t 짜리 ISS를 미국이나 유럽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4월에는, 제재가 계속되면 ISS 프로젝트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 우주정거장·우주 프로젝트 협력 중단 경고이전에도 러시아는 ISS의 노후화를 이유로 2024년 운영 계약 종료일을 기점으로 철수하고 자체 정거장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0년에도 로고진 당시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자체 정거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 미국 정부 "불행한 일"
미국 정부는 26일 러시아 측의 ISS 탈퇴 확정 입장이 알려지자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ISS에서 수행해온 과학(연구)에 관해 불행한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에 ISS 철수 의도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