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 당국자 “정부 부처들, 크리스토퍼 안 신병인도 막기 위한 방안 논의…북한 위협에 노출”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갈 때 CCTV에 찍힌 크리스토퍼 안. 안 씨의 변호사가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보석 재심신청서에 첨부한 사진이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스페인 대사관 침입사건에 연루된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 미 고위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이 전 당국자는 북한으로부터 안 씨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신병인도에 반대하는 서한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가 크리스토퍼 안 씨의 신병인도 결정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간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이안 브레크 전 국토안보부(DHS) 법무담당관 대행은 최근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제출했습니다.

브레크 전 대행은 이 서한에서 자신을 2021년 1월까지 국토안보부에 근무했던 변호사라고 소개한 뒤 국토안보부에 근무하던 시절 안 씨 사건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국토안보부는 다른 정부 부처와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피할 수 있는 잠재적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며 “이는 북한의 위협에 따른 안 씨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험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는 국토안보부에 정부 부처간 협의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 씨는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같은 해 4월 스페인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은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됐고,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으로부터 스페인 신병 인도 결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 씨 측은 미 연방법 집행기관인 미국 보안국(US Marshal)을 상대로 안 씨의 인신보호, 즉 구금의 적법성을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브레크 전 대행은 이 같은 안 씨 측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일종의 ‘탄원서’를 제출한 건데, 이 과정에서 당시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 절차를 막기 위한 미국 정부 부처간 협의 진행 사실이 공개된 것입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안 씨에 대한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사실은 과거 안 씨의 변호인을 통해 전해진 적이 있지만, 전직 당국자가 이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브레크 전 대행은 이번 서한에서 “국토안보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나는 북한 정권이 미국의 국토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북한은 테러지원국이자 전 세계 범죄 요원 조직망을 통해 미국의 이익과 미국인을 위협하는 작전을 수행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토안보부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조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레크 전 대행은 “북한이 미국 땅에서 폭력 행위를 할 만큼 뻔뻔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다른 곳에서 그런 행동이 벌어졌다는 점은 잘 알고 있고, 북한이 다른 나라들, 특히 북한 공작원이 기소되지 않고 범죄 행위를 더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나라에서 계속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점과 스페인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나는 안 씨가 스페인으로 신병이 인도될 경우 북한에 의한 훨씬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 씨 문제를 다룬 전직 미 당국자가 자신의 실명을 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재판부가 실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브레크 전 대행과 별도로 현재 재판부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돌아와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와 안 씨의 친구, 미 해병대 전우 등의 서한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재판부가 안 씨의 구속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안 씨는 자유의 몸이 되지만, 반대의 판결이 내려진다면 다시 구속돼 스페인 수사당국으로의 신병 인도 절차가 진행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