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윤 대통령 ‘담대한 구상’ 고수해야… 대북 압박과 억지력도 계속 필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거부와 미국과 한국 내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제안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이어가면서도 대북 압박과 억지력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섰던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25일 VOA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구상’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 “I would say stick with the current plan but make it very clear that this is an initial proposal to come back to negotiations during which a complete roadmap will be discussed includes security assurances, and the lifting of sanctions. But making it very clear this is for a commitment on an action for action basis to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담대한 구상은 협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 제안이며, 협상 중에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등 완전한 로드맵이 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담대한 구상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행동 대 행동 약속이란 점도 아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담대한 구상이 내실 있고 실현 가능한 경제 지원책이라며, 하지만 지금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 지원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 “From our experience dealing with North Korea, we know their priorities are the lifting of sanctions, and also security assurances. So I think the initiative is good, but it's an economic basket of deliverables for North Korea.”

과거 북한과 협상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북한의 우선순위는 항상 제제 해제와 체제 안전 보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식량과 인프라 지원을 골자로 하는 담대한 구상을 북한 측에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절대로 상대하지 않겠다”며 한국 측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일각에서도 담대한 구상에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이나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요구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한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경제 지원책을 제시하기 보다 북한 쪽에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것이 통제력 상실인데, 한국의 경제 지원을 받아들이면 통제력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이 스스로 경제를 개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 “I think they mostly would relate to, instead of foreign investment, focusing on what I would call economic reform, helping them to reform their own economy. In other words, asking them, what do you want?”

브라운 교수는 북한은 외국의 투자보다 스스로 경제를 개혁할 수 있는 개선책에 좀 더 공감할 것이라며, 따라서 먼저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 등 호전적 행동에 대한 언급 없이 잠재적으로 제재 완화까지 포함하는 제안을 내놓은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담대한 구상’에도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근본적 행동과 본질적 접근법을 바꾸지 않는 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브라운 교수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 만약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준다면 그 대가로 북한 측에 단계별 약속 이행을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 “Agreement that freezes the nuke tests, and which further freezes the missiles and then where they can start to talk with the IAEA about getting back into the IAEA. And they can have a lot of good things happen as they progress.”

추가 핵 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를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 복귀 논의 시기 등에 대한 합의문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도 진행 상황에 따라 많은 이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의 반응에 따라 한국 측이 제안 내용을 바꿔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 “It's like negotiating with yourself, the other side doesn't respond. And then you try to change it to see if they will respond and you just look like you're chasing after something.”

이제 와서 내용을 바꾼다고 하면 상대방이 대응을 하지 않는데 혼자 협상하는 것과 같고, 상대의 대응을 유도하기 위해 내용에 변화를 주는 것은 뒤를 쫓아가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인권 상황과 대량살상무기 개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구상’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되 대북 압박과 억지력 조치도 모두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 “Continue to strengthen South Korea's defense – The joint exercises are going ahead. And South Korea has to maintain firm posture while keeping the door open to dialogue. I think that's the only path for him to take.”

현재 미한 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만큼 한국은 계속해서 국방력을 강화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동안에도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현재 윤 대통령이 나아갈 유일한 방향이란 것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 석좌는 “윤석열 정부가 상대 없이 혼자서만 협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 석좌] “The Yoon administration should not negotiate with itself. If North Korea has any serious proposal to offer, South Korean diplomats can listen. Meanwhile, South Korea should focus on its defense and economy, strengthen the alliance with the US and seek more cooperation with Japan.”

“북한이 진지하게 제안할 게 있다면 한국 외교관들이 듣고 있으니 전하면 된다”는 겁니다.

크로닌 석좌는 그 사이 한국은 국방과 경제, 미한 동맹 강화에 집중하며 일본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