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구소련의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향년 91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1주년을 맞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미국의 대테러 활동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비를 요청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사망했군요?
기자) 네. 2차 세계대전 후 40년 넘게 닫혀 있던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냉전 종식을 이끌어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30일 밤,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향년 91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사인은 뭔가요?
기자) 병원 측 발표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질병을 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증세가 더 악화해 자주 병원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지난 6월에는 신장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현대사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40년 넘게 이어졌던 냉전 종식을 피 흘림 없이 이끌어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공로로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냉전 종식이 구소련의 해체로 이어지면서 구소련권 국가들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사망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1일 공식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전 세계 역사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복잡하고 극적인 변화의 시기에 나라를 이끌면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유족과 친구들에게도 애도를 전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결정과 개혁개방 정책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8년에는 할 수만 있다면 소련 붕괴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고요. 소련 해체를 20세기 최대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또 공공연히 과거 소련의 영광을 회복하겠다고 말해왔는데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냉전 종식을 이끌어냈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봤는데요. 이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까?
기자) 특별히 없습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고나 강연 등의 활동을 해왔고요. 2019년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2차대전 승리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노환으로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칩거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국제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세계 지도자들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앞다퉈 애도를 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특히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일련의 개혁개방 정책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개혁개방 정책이 소련 국민을 오랜 고립과 박탈에서 벗어나게 해줄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럽 쪽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자유 유럽의 길을 열어준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그의 지도력을 높이 샀는데요. 존슨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 시점에,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소련 개방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했던 헌신은 모두의 귀감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상황도 잠깐 짚어보겠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IAEA 시찰단이 31일, 원전이 있는 동남부 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IAEA 시찰단은 전날(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에 도착했습니다.
진행자) 이동 수단은 뭔가요?
기자) 크이우부터 자포리자까지는 약 450km 거리인데요. IAEA 전문가들은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차량에 함께 탑승한 로이터 통신 기자에 따르면 이들은 31일 늦게 자포리자 원전에 도착해,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원전은 물론, 가는 길도 안전하다고 말하긴 좀 어렵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찰단을 이끌고 있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출발 전 기자들에게 “지금 우리는 전쟁 지역으로 가고 있다”면서, IAEA 전문가들이 전선을 넘어가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전문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분명한 보장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원전 주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여전히 포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시의 친러시아 관리는 31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60차례나 포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가 임명한 에네르호다르 시 당국자는 또 원전 행정동 건물과 훈련 건물을 겨냥한 드론 공격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남부 지역 수복을 위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전선과 가까운데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지 1년이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8월 30일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작업을 공식 종료한 날인데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철군 1주년을 맞아 기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성명의 주요 내용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오스틴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01년 미국에 대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 공격에 대응해 미국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했던 전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이후 어떠한 적도 미국에 다시는 그런 공격을 할 수 없었으며, 이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세계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말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20년의 아프간 전쟁을 치르면서 그 대가도 컸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스틴 장관도 그 점을 인정했는데요. 오스틴 장관은 성명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 전쟁을 돌아볼 때, 많은 사람이 아프간 전쟁의 희생과 비용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어려운 질문을 갖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중요한 논의이고, 사려 깊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러한 논의를 계속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전쟁으로 인한 미군 전사자는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미군 사망자는 약 2천500명입니다. 오스틴 장관은 성명에서, 20년간의 숭고한 봉사는 분명하고 이타적인 희생을 요구했다면서 2천461명의 미군 병사들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많은 병사가 여전히 전쟁 후유증과 육체와 영혼에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이 벌어졌고요. 민간인 피해도 컸는데요. 오스틴 장관이 이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오스틴 장관은 그러나 미국 정부가 철군 과정에서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인들인 12만4천 명의 민간인을 대피시켰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군과 모든 계층의 미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환영해준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오스틴 장관이 또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의 대테러 활동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여전히, 우리는 이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대테러 활동에 끊임없이 집중해야 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미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 수장을 제거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월 3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주도로 알카에다의 2대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제거됐습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알자와히리 사망 소식을 직접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디에 숨어있든 미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끝까지 추적해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오스틴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미군이 최근 몇 달간 알자와히리를 포함해 주요 테러 지도자들을 상대로 제거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일본 방위성이 사상 최대 예산을 요청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일본 방위성이 31일 2023 회계연도 방위비로 약 4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요청했는데요. 이는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방위비입니다.
진행자) 일본 방위비는 장기간 증액된 바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방위비는 지난 2022 회계연도까지 10번 연속 증액됐습니다. 한편 새 회계연도 방위비는 3.6% 증액된 액수입니다.
진행자) 새로 요청한 방위비와 관련해서 일본 방위성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방위비 요청안을 승인하는 자리에서 “향후 5년 동안 우리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과정에서 첫해에 적절한 방위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향후 5년간 방위력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약속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새 회계연도 방위비를 요청하면서 주변국 위협을 거론했습니다. 방위성은 “중국이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계속 위협하고,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은 군사훈련을 통해 타이완을 압박하고 타이완을 통일하기 위한 군사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북한의 위협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대략 1% 정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은 앞으로 이 비중을 2%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일본 방위비가 약 720억 달러에 달하게 되는데요.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가 됩니다.
진행자) 새로 제출된 방위비 항목에서 눈길을 끄는 항목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네. 방위성 요청 사항은 미사일 공격, 방위 체계, 무인 차량, 우주, 사이버 보안 등 7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기존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를 늘려 이를 대량으로 배치하고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활공형과 순항형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예산이 들어가 눈길을 끕니다.
진행자)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편 해상자위대는 헬기 항모를 정식 항모로 개수하는 비용, 대잠헬기 추가 구매, 그리고 신형 초계함 건조 예산을 요청했고요. 항공자위대는 F-35 스텔스 전투기 추가 구매, 공중 발사용 유도 미사일 추가 구매 예산 등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방위성이 제안한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죠?
기자) 네. 향후 수정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에 확정되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 1일 전까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요청된 방위비 가운데 예산요구액이 제시되지 않은 항목이 꽤 있어서 실제 책정되는 방위비가 훨씬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