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헤르손을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 계획을 일시 중단한다고 5일 주요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헤르손 주 군-민합동행정위원회의 키릴 스트레모소프 부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투표를 준비했고 조만간 투표를 시행하길 원한다"면서도 "현재 일어나는 상황 때문에 당장은 이를 중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러시아 매체들에 말했습니다.
스트레모소프 부위원장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을 점령한 뒤 임명된 러시아 측 인사입니다.
스트레모소프 부위원장은 주민투표 계획 중단 이유로 언급한 '현재 일어나는 상황'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헤르손과 크름반도(크림반도) 일대를 향해 거세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수복 작전에 현지 상황이 영향받고 있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특집-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 바이든 '사상 최대' 30억 달러 군수 지원 발표...젤렌스키 "끝까지 싸운다"이에 관해, 스트레모소프 부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사냥개(우크라이나군)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 임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현재 전황을 고려하면서, 합병을 위한 정치적 절차보다 민생을 우선에 두겠다는 의미로 러시아 매체들은 풀이했습니다.
■ 주민투표 포기는 아냐
러시아 측 현지 행정부는 오는 9월 11일 러시아의 정기 지방투표 일정에 맞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시크 주와 남부 헤르손 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단지 주변 등 일부 지역을 장악한 자포리자 주에서 영토 편입 주민투표를 시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병합 절차 강행..."자포리자 연내 주민투표"헤르손 주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최대 물동항이 있는 오데사로 가는 길목입니다. 또한 남부 요충지인 므콜라이우와도 가깝고,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에도 인접한 전략 거점입니다.
스트레모소프 부위원장은 상황이 나아지면 주민투표 계획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이날(5일) 설명했습니다.
스트레모소프 부위원장은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주민투표에 참여할 경우 징역 12년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하지만 이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베레슈크 부총리는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인물이고, 따라서 협박은 무의미한 외침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 젤렌스키, 탈환 작전 '성과' 주장
우크라이나 측은 탈환 작전을 본격화한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로부터 소도시 세 곳을 되찾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밤 화상연설을 통해, 자국군이 남부 지역에서 두 곳, 동부 지역에서 한 곳을 탈환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복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언제 되찾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날(4일) 앞서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주요 지역 수복 사실을 알렸습니다.
티모셴코 차장은 사진과 함께 "비소코필랴. 헤르손 지역. 우크라이나. 오늘"이라고 썼습니다.
이 사진은 우크라이나 주요 매체들과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사진 속 우크라이나군 장병 세 명은 건물 지붕 위에 올라 우크라이나 국기를 기둥에 고정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