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정부가 가스값 폭등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전력업체들을 위해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3일 전력생산업체들에 수천억 크로나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안데르손 총리는 "현 상황을 내버려 두면 전력업체들의 위기가 주식 시장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금융 위기에도 빠질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안데르손 총리는 전력업체들이 가스 가격 급등에 대응해 전기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어서, 전기요금 안정을 위해서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력업체들이 계약한 선물 증거금도 늘어나자 조치에 나선 것입니다.
올해 들어 스웨덴의 전기요금은 11배가량 올랐습니다. 여름 휴회에 들어간 스웨덴 의회는 정부의 유동성 지원안에 관해 투표하기 위해 오는 5일 소집할 예정입니다.
■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구체화
스웨덴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럽 주요국가에서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구체화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 2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은 가스관 유지보수 과정에서 터빈에서 기름이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노르트스트림 1’을 통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르트스트림 1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 가스관으로, 유럽 주요국가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미칩니다.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가즈프롬의 이번 조치에 관해 "'전쟁 같은 겨울'을 불러올 위험이 있을 뿐더러 스웨덴의 재정 안정성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이번 행동 뒤에는 분명한 안보 정책 의제가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데르손 총리는 이어서 "우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성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핀란드도 유동성 공급 추진
이웃나라인 핀란드의 안니카 사리코 재무장관은 스웨덴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비슷한 준비가 핀란드에서도 이미 잘 진행되고 있다"고 이날(3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전력회사들에 대한 현금 지원 방안이 곧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중립 노선을 지켜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이 급변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조치에 반발하면서,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에 관해서는 다각도로 보복 조치를 공언하고 실천하는 중입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크게 줄었습니다.
■ EU 차원 대응책 모색
EU 차원에서도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력업체 금융 지원을 포함해,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등이 적극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럽 주요 매체들은 EU 에너지 장관들이 오는 9일 긴급회의에서 전력 업체들의 유동성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2일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