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5일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러시아 기업 2곳과 개인 22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이날 공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해진 국제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데에 일조한 사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군 재건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전쟁 범죄에 책임을 묻는 강력한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전선에서 퇴각한 뒤 자국으로 병력을 철수시킨 상태입니다.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로 전력을 재편성한다는 명목을 내놨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상무부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수출 통제, 러시아 국방·첨단기술 산업을 겨냥한 국무부의 조치와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도 러시아 관련 개인 22명과 기관 31곳을 제재 대상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인권 유린과 우크라이나 곡물 절도 등이 사유입니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의 이같은 조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회담한 직후 공개됐습니다.
사마르칸트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 양자 회담에 나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타이완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양측 입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산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이해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 미 "중국-러시아 밀착 전세계 우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15일) 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밀착되는 것을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 등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무기 공급선을 찾고 있는 러시아의 최근 행보에 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든 가능한 구명줄을 잡으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푸틴 대통령)는 북한 같은 나라들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란 같은 나라들에 눈을 돌리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러시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로켓과 포탄 등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는 미 당국의 정보를 전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북한에서 로켓·포탄 등 무기 구매"...IAEA 총장, 자포리자 원전 "불장난 하는 중"이후 미국 정부 주요 당국자들은 이같은 정보를 확인하고, 러시아의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추가 군수 지원 승인
백악관은 15일, 우크라이나를 위해 최대 6억 달러 규모 추가 군수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이번 지원 패기지가 무기·장비와 서비스 외에, 관련 훈련 등으로 구성된다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같은날 미 국방부 성명에 따르면 이번 지원 가운데 무기는 105mm포탄 3만6천발, 155mm 정밀유도포탄 1천발, 대포병 레이더 4기, 무인항공기 대응 시스템, 지뢰 제거 장비 등이 포함됩니다.
고속기동포병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도 추가로 제공된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적극 환영했습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6일 "미국에서 들어온 좋은 소식"이라며 "21번째 안보지원이 승인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자유 세계가 승리하기 위한 또 하나의 투자"라고 강조하면서, 해당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 총액 규모 150억 달러 넘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입니다. 총액 규모 150억 달러가 넘는 군수 원조를 제공해왔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대규모 반격을 가해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 직후 나온 것이라 주목됩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3일 추가 군수 지원을 예고하면서, "어떤 군사적 지원이 필요한지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을 지난 몇달동안 요청해왔지만, 이번 발표에 언급되진 않았습니다.
■ 시신 440여구 집단 매장지 발견..."전기고문 등 만행"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북동부 하르키우 주 이지움에서 집단매장지가 발견됐습니다.
최소 440여구가 매장되어 있는데, 러시아군의 학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15일 현지 경찰 당국은 밝혔습니다.
세르히 볼비노우 하르키우 지역 경찰 수사국장은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이지움에 들어간 뒤 인근에서 시신 440구가 넘는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매장된 시신들은 대부분은 총에 맞거나 포격, 지뢰 등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군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기고문과 살인 등 만행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도시마다 러시아군이 전기고문 등을 자행한 '고문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예브헨 에닌 내무부 차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외국인들을 감금하고 고문과 처형을 반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숲속 무덤 수백개 확인"
AP통신은 이날 이지움 외곽 숲에서 집단 매장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장지에는 우크라이나 군인 17명의 시신이 있다는 표시가 돼 있었고, 그 주위를 십자가 표식이 있는 개별 무덤 수백개가 둘러싸고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15일) 영상 연설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발견된 시신의 규모나 사망 원인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곳에서 필요한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면서 "명확하고 검증된 더 많은 정보가 내일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 마리우폴에 이어 이젠 이지움"이라며 "전세계가 러시아에 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우리도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차는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소도시로,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접수했다가 퇴각한 뒤 민간인 집단 학살 의혹이 불거진 곳입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동부 항구도시입니다.
■ 미 국무 "책임 규명 필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이지움의 집단 매장지 발견에 관해,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계속하고 있다고 16일 비난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끔찍한 참극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날 기자들에게 강조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점령지에서 철수할 때마다, 우리는 결과로 남겨진 것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런 잔혹 행위들을 기록할 증거를 유지해 나갈 것을 우크라이나 당국에 촉구하고, "(러시아를 상대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