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로켓과 포탄 등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는 미 당국의 정보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5일 당국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제재로 공급망에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군수 물자를 위해 '왕따 국가들(pariah states)'에 눈을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AP통신 등 주요 매체들이 관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정보는 최근 기밀 해제된 사항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구체적인 무기 명칭과 구입 규모, 선적 시기 등 세부 정보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이란산 드론(무인비행기)를 들여갔다는 소식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전해진 지 며칠 만에 추가로 군수 공급 실태가 알려진 것이라, 러시아군의 장비 부족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군수 물자를 조달하려는 것은 "수출 통제와 제재 때문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에 설명했습니다.
■ 개전 이후 미사일 3천여기 사용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사일 약 3천여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칸데르' 등 정밀 미사일은 물론, 구형 미사일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포브스는 전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지원한 로켓을 사용해, 러시아군 탄약고와 무기저장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도 러시아군의 물자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군은 탄약고와 무기저장시설을 옮기며 공격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주요 동맹국들에 무기 공급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러시아군 어려운 형편"
미군 고위 정보 당국자는 6일 VOA와의 통화에서 "기능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란·북한산 군사 장비에 의존해야 할 만큼 러시아군이 어려운 형편에 놓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프레드릭 W. 케이건 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생산하는 152mm 포탄이나 카튜샤(Katyusha)형 로켓에는 첨단 기술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가장 단순한 군수 물자도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신호"라고 덧붙였습니다.
■ 북한, 러시아 적극 옹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북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승인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조치 직후,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끊었습니다.
이후 이들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한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북한군 10만명을 파병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외무부가 공식 부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위협과 미국·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 중국 군수지원 난항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을 향해 군수 지원을 바라게 된 배경에는 중국과의 협력이 난항을 겪는 상황이 놓여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중국에 군수 지원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한 중국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러시아를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한 바 있습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가 주관하는 '보스토크' 연합 훈련에 병력을 보내, 군사적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시작된 '보스토크 22' 훈련은 오는 7일까지 예정으로 러시아 동부군관구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시작 전날 일정을 바꿨습니다.
이번 훈련에는 총 5만여 병력과 군사장비 5천점 이상이 동원됐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이 훈련에 지난 2018년 약 30만 명이 참가한 것에 비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습니다. 러시아 극동 지역 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와 중국 외에 인도, 벨라루스, 몽골, 타지키스탄 등 13개국이 '보스토크 22'에 참가했습니다.
중국은 육·해·공군을 처음으로 동시에 보냈습니다. 파견 병력은 2천여 명 규모입니다.
■ 자포리자 원전 '보호구역' 촉구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일,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안전보호구역을 즉각 설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IAEA는 이날 발표한 자포리자 원전 현장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군사 행위로 야기되는 물리적 손상으로 인한 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임시 조치라도 취할 필요성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IAEA 측은 "현재 자포리자 (원전) 상황은 심각히 우려된다"면서 "핵 안전·안보보호구역 설정 관련 컨설팅을 즉각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지금 불을 갖고 장난하고 있다"면서, 보호구역 설정을 통한 "핵 안전은 필수적"이라고 이날 CNN 단독 인터뷰에서 강조했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원전에 '방패막이'가 될 안전보호구역이 "당장, 오늘"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자포리자 원전 일대 '비무장지대' 설치가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 미비로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보호구역' 설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그로시 총장은 설명했습니다.
■ 여러 장소 손상...원자로 건물 가까이
IAEA 측은 이날(6일) 보고서에서 당장 "핵 확산으로 이어질 징후가 발견된 건 아니"라고 설명한 뒤 "여러 장소에서 발생한 일부 손상이 원자로 건물과 가까이 있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손상이 발생한 건물에는 "핵연료를 수용하는 특수동과 고체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이 포함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물리적 보호 시스템의 중앙경보스테이션이 위치한 건물의 손상도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손상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며, 발생한 모든 피해를 복구할 추가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핵 안전 영향과 인간의 실수 우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포함한 조사단 14명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당시 "원전의 물리적 완결성이 수차례 훼손된 것이 명백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로시 총장과 일부는 당일 현장을 떠났고 6명의 전문가가 현지에 남아서 주말까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같은 활동에서 파악한 내용들을 보고서로 정리해 6일 공개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 IAEA는 자포리자 원전 터빈 홀에도 러시아 군용 트럭과 군 병사, 장비 등을 배치한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인 직원들의 작업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9일째였던 3월 4일, 자포리자 원전 시설을 점령했습니다.
핵 시설인 특수성 때문에, 실무 운영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운영사 '에네르고아톰' 소속 등 우크라이나인들이 맡고 있습니다.
IAEA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상태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측 직원들은 제한된 인력만으로도 지속적인 높은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이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핵 안전에 대한 영향과 인간의 실수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 원자로 전력 공급 중단 잇따라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입니다. 이 가운데 2기가 가동 중이었는데, 최근 잇따른 포격으로 1기는 멈췄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등 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원전 주변에서 상대방이 도발하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습니다.
포격에 따른 화재 영향으로 원전에 들어가는 전력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에네르고아톰 측은 5일, 자포리자 원전에서 마지막으로 가동되던 원자로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전력망에서 차단됐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원전에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체르노빌에서 발생했던 노심 융용(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로시 IAEA 총장은 조사 인원 2명을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시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