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 영토를 빠른 속도로 탈환하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민간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레흐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17일 "러시아군이 (주도인) 하르키우 시내 정신병원을 공격해 의료진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트렐레차 지역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탈리 김 므콜라이우 주지사도 "러시아군이 병원을 밤새 포격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포격으로 2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지사는 "자포리자 원전 인근 니코폴에서 포격으로 3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포리자 지역에서는 교황청 자선소장인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일행이 공격당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사로 현지에 파견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17일 구호물자를 나눠주기 위해 일행 3명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폭격이 단행돼 긴급 대피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바티칸 뉴스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일행이 총격을 당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 기세 오른 우크라이나 측에 공포감 주려
러시아군이 이처럼 민간시설 공격에 집중하는 것은 이번 전쟁의 흐름을 좌우할 '사기' 문제로 귀결됩니다.
영국 국방부는 18일자 최신 우크라이나 전황 정보 보고에서 "최근 7일동안 러시아가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을 늘려왔다"고 지적하고, "군사적으로 직접적인 효과가 없음에도" 그런 공격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최전선에서 패배하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측의 사기를 위축시키기 위해 민간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군이 북동부에서 퇴각하면서 인근 전력 공급 시설을 타격한 일과 함께,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의 수자원 관리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물난리를 발생시킨 사건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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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최근 수복한 하르키우 주의 이지움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된 가운데, 지난 4월초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부차 민간인 학살 때보다 피해 규모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밤 영상 연설에서 "현재까지 무덤 440기를 발견했다"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과 군인들의 시신이 발굴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대러 추가 제재 "푸틴, 북한·이란 등 구명줄 잡으려 해"...시신 440여구 집단 매장 "전기고문 등 만행"해당 무덤들에서 나온 시신들은 손이 등 뒤로 묶여 있거나, 목 주변에 줄이 감기고 팔이 부러지는 등 고문 흔적이 있는 것들이 많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 주 코자차 로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10개 이상의 고문실이 발견됐고, 이곳에서 전기 고문 도구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 범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면서 국제법에 따른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레샤 바실롄코 의원은 18일, 철창이 설치된 시설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잡아두고 고문하며 살해하던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이것이 크렘린의 대우크라이나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전쟁범죄' 지적 이어져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지움의 집단 매장지 발견에 관해,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계속하고 있다고 16일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런 잔혹 행위들을 기록할 증거를 유지해 나갈 것을 우크라이나 당국에 촉구하고, "(러시아를 상대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날(16일) "러시아 점령 중 이지움에서 발생한 잔혹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히고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민간인 학살 의혹을 규탄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전쟁범죄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부차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민간인 학살 의혹은 러시아 쪽에 책임을 돌리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 핵무기 사용 우려 여전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전세를 반전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는 중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핵·화학 무기 사용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것과도 다른 모습으로 전쟁의 국면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그들이 행하는 강도에 따라 대가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핵·화학 무기 절대로 사용 말라" 푸틴에 경고..."전쟁의 국면 바꿔놓을 것"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