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주일 새 4차례 SRBM 도발...윤석열 한국 대통령 "압도적 대응" 강경 메시지

1일 한국 서울역 내 TV에서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핵 무력 정책 법제화를 마친 북한이 최근 일주일 새 4차례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북한 전술핵 위협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북한 최고 지도부를 겨냥한 강대강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한국의 국군의 날인 지난 1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일 오전 6시 45분께부터 7시 3분께까지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한국 합참 "북,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이들 미사일은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돼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 무인도인 ‘알섬’ 방향으로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도 약 30㎞로 약 350㎞를 비행했고 속도는 마하 6 정도로 탐지됐습니다. 이 정도 비행거리면 평양에서 한국 쪽으로 쏠 경우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번 발사로 북한은 지난달 25일 이후 일주일 새 무려 4차례에 걸쳐 모두 7발의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인 1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고도화는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체제(NPT)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연이은 무력도발에 대한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30여 년간 국제사회의 지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심지어 최근에는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북한에 경고한 ‘압도적 대응’이라는 표현에 대해 군사적으로 북한을 훨씬 능가하는 미한 연합의 재래식 전력을 모두 활용해 대처한다는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실제로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한국 군 당국은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의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 영상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같이 보기: 한국 74주년 '국군의 날'...'고위력' 탄도 미사일 발사 영상 공개

이 미사일은 이동식발사대에서 공중으로 튀어 올라와 점화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됐습니다.

현무 계열 중 탄두 중량 추정치가 9t까지 제시됐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미사일로 이 미사일 10발이면 저위력 핵무기와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막강한 중량에도 정밀 유도장치를 탑재해 단 한 발로 북한 지하벙커까지 정확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북한 지휘부의 지하시설이나 미사일 기지 등에 큰 위협을 주는 무기체계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고위력 현무 미사일 여러 발을 만약에 평양에 쏜다면 광범위한 지역이 초토화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으로선 충분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이렇게 볼 수 있고요.”

한국 정부와 군은 그러나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아직은 미사일 대응 사격 같은 직접적인 조치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직접적인 맞대응은 피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대응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무리 탄두 중량을 키워도 재래식 미사일이 핵 미사일의 대칭전력이 될 순 없다며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비행 등으로 보다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견해들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지금 한반도를 겨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례적으로 4번을 쏜 이상 한국 군의 자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요. 예를 들어 원점 타격 훈련을 한다든지 대규모 화력 훈련을 보여준다든지 그런 대응을 함으로써 국민들에겐 안보태세에 대한 믿음과 함께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여줘야 되겠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다종의 신형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를 활용해 잇달아 쐈다며 이는 핵 교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제화한 뒤 그 내용에 따라 실전테스트를 하는 단계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법제화를 하는 것 자체는 제도화의 상당히 높은 단계이고 이를 실제 이행하는 시험 단계, 작전 계획 단계에서의 일종의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읽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고.”

조한범 박사는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 인도와의 국경분쟁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태도를 전환한 사례를 꼽으며 북한의 이번 도발은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공격적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4차례 미사일 도발은 이례적으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강습단이 참여한 미한 해상연합훈련 그리고 미한일 대잠수함 연합훈련이 한국 영해와 인근 공해에서 진행되는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의 경우 이미 전술핵무기의 실전배치 그 다음에 핵교리의 법제화 이 바탕 위에서 그동안 안 보여왔던 공격적 패턴을 보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한미연합훈련 시기 중 도발, 국군의 날 당일 도발 이런 것들은 과거에 없던 패턴입니다. 재래식 도발에서 매우 공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이번의 특징입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앞으로 기술 개발에 구조적 제약이 있는 전략핵 보다 전술핵 완성에 더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 도발과 전술핵을 지렛대로 한 또 다른 형태의 공격적 도발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